본문 바로가기

2020/01/013

가라앉은 목소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67) 가라앉은 목소리 송구영신예배를 앞두고 끝까지 망설인 시간이 있었다. 도유식이었다. 두어 달 전 성북지방 목회자 세미나 시간에 강사로 온 감신대 박해정 교수는 교회에서 도유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회복되기를 바라는 시간으로 도유식을 꼽았다. 진정한 예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경험에 의하면 도유식은 참 은혜로운 예식이다. 기름을 이마에 바르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의 의미가 있겠다 싶다. 물론 내 짐작이다. 하나는 성별이다. 주님은 모세에게 성막과 성막 안에 있는 모든 기구에 기름을 바르게 하셨다.(레위기 8:10) 다른 하나는, 치유이다. 초대교회에서는 아픈 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너희 중에 병든 자가 있느냐 그는 교회의 장로들을 청할 것이요 그들은.. 2020. 1. 1.
붕어빵 한 봉투와 첫 마음 신동숙의 글밭(46) 붕어빵 한 봉투와 첫 마음 마당가 복순이 물그릇에 담긴 물이 껑껑 얼었습니다. 얼음이 껑껑 얼면 파래가 맛있다던 친정 엄마의 말씀이 겨울바람결처럼 볼을 스치며 맑게 지나갑니다. 개밥그릇엔 식구들이 아침에 먹다 남긴 삶은 계란, 군고구마, 사료를 따끈한 물에 말아서 부어주면 김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 그러면 복순이도 마음이 좋아서 잘도 먹습니다. 거리마다 골목 어귀마다 눈에 띄는 풍경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 밤길을 환하게 밝히는 붕어빵 장사입니다. 검정색 롱패딩을 입은 중·고등학생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선 젊은 엄마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퇴근길의 아버지가 재촉하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서서 착하게 기다리는 집. 따끈한 붕어빵 종이봉투를 건네는 손과 받아든 얼굴이 환하고 따끈.. 2020. 1. 1.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66)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내게 천의무봉(天衣無縫)으로 남은 구절 중에는 윤동주의 ‘서시’도 있다.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지위나 재산 등이 아니라 사소한 것, 의외의 것, 예를 들면 말 한 마디나 어투, 그가 보이는 몸짓이나 태도 등이 그의 존재를 충분히 말할 때가 있다. 윤동주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하는데 내게는 이 한 구절이면 족하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사랑하려고 했던, 사랑과 사랑하려 했던 사이를 부끄러워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전이었다. 예배당과 별관 사이에 있는 중정에 몇 가지 허름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교회 안에 있는 비품 중에서 버릴 것들을 .. 2020.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