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신동숙의 글밭(72)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새벽 다섯 시 무렵의 숲은 온통 새들의 노래로 찬란한 꽃밭이다. 공기 그 자체가 새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안개와 이슬에 젖은 나무들의 새벽 잠을 깨우려는 듯,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온갖 새들이 목청껏 노래를 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기쁨을 온몸과 마음으로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각 인간의 도시도 서서히 깨어날 것이다. 시골에서 밤새껏 싣고 간 꽃이나 과일이나 채소를 장바닥에 내려놓기가 바쁘게 도시의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반길 것이다. 첫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른 아침 길을 쓸고 있는 청소부들은 비록 생계는 어렵지만 모두가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농촌 출신이므로 일찍 일어나는데 길이 들었다. 늦잠 자는 사람들을 위해 일찍부터 움직여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간으로써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남이 잠든 시각에도 일어나 움직여야 굶지 않고 헐벗지 않는다.

 

그러한 이웃들에게 나는 이 새벽, 길섶에 피어 있는 붓꽃이나 나리꽃을 한아름씩 안겨드리고 싶다. 어려운 생계를 위로하면서 희망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람은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한, 바캉스가 뭔지도 모르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한, 언젠가는 복된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法頂 隨想集 [물소리 바람소리] 中 '새벽길에서', 1983.8)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법정스님의 붓꽃같은 마음 한다발입니다. [무소유]부터 연대순으로 다시 읽는 법정스님의 글은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이 듭니다. 그 마음이 걸어간 길목마다 맑고 아름다운 꽃향기에 취해서 읽다가 책장을 덮고는 창문 밖으로 하늘을 쳐다보다가, 먼 산도 바라보다가, 그만 주저앉아 발아래 풀꽃 곁에 머물다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는 합니다.
 
법정스님의 글은 조용한 자리에서 읽어도 좋지만, 나무숲   산책길에 소리내어 두런두런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그 누군가라도 앉혀 두고 잔잔히 읽어 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나누고픈 마음이 늘 그렇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숲과 마음 산책길에 길어올린 맑은 샘물을 마을로 흘려 보내시는 그 나눔과 사랑 앞에 저는 늘 주저앉고만 싶어지는 것입니다. 매순간 스스로를 일으켜 그 길을 따라 살아가고픈 원을 또다시 세우게 됩니다. 한 영혼의 맑고 아름다운 삶 앞에 고마운 마음 한다발 올려드립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으며, 저는 법정스님의 자비로운 마음에서 예수의 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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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손수건

  • "나는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얼마든지, 기꺼이요!"
    세상을 향해서, 이웃을 향해서 노란 손수건이 바람에 나부끼는 예배당.
    예수의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곳곳마다 햇살이 환합니다.

    신동숙 2020.02.03 11:13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노란손수건이 나부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교회들이요.

      한희철 2020.02.06 06:42 DEL
  • 감사합니다.

    이진구 2020.02.04 03:38
    • 고맙습니다.

      한희철 2020.02.06 06:43 DEL
  • 제가 아산에 삽니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 지역사람들은 격리된 곳이 시내와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압니다. 아산은 온천의 도시로 관광지인데 대부분의 타지역 사람들은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에 내려서 온천을 하시는데요. 그저 격리 장소가 아산이라는 지명이 떨어지자 그 지역자체가 온통 현대판 나병환자 지역이듯이 생각하여 손님들이 뚝 끊기다는 것이 아쉽네요. 물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안가는 것이 상책이지만 말이죠.

    이진구 2020.02.04 03:45
    • 그런 아픔이 있겠지요.
      고통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서로 잘 이겨내고, 그 결과를 고마움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희철 2020.02.06 06:44 DEL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1)

 

노란 손수건

 

헌신이 자발적이어야 하듯 분노도 자발적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조장 위에 분노가 서면 안 된다. 그것은 분노의 정당함을 떠나 남의 조정을 받는 것일 뿐이다.

 

우한에서 비롯됐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감염자가 다녀간 곳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 곳은 한 순간에 절해고도(絶海孤島)가 된다. 누구도 다가가서는 안 되는 곳, 서둘러 문을 닫고 피해야 하는 곳으로 변한다. 현대판 나병과 다를 것이 없지 싶다. 목에 방울을 달고 다님으로 성한 이들을 피하게 해야 했던.

 

우한에 살던 교민들로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히고, 병의 진원지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고 말았느니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을 것이다. 멀리서 그 소식을 들어야 하는 가족들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발만 동동 구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중에 전세기를 띄워 그들을 고국으로 이송하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견디더라도 내 나라에서 견디는 것이 낫지, 지옥과 다름없을 그곳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지,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이어 들려온 소식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선택 또한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은 좋은 먹잇감을 만난 듯 혐오와 증오를 쏟아냈고 불안감을 증폭하며 부추겼다. 그 정점에 있는 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이 목을 찌르는 가시처럼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그들이 머물 곳으로 정해진 아산과 진천도 난리가 났다. 곳곳에 현수막이 내붙었고, 경운기와 차량을 동원한 극렬한 반대가 벌어졌다. 차라리 나를 밟고 가라며 주민들이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곳곳에 내걸린 <우한폐렴 송환교민 수용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에는 보란 듯이 당명이 적혀 있기도 했다. 정해지는 과정에 아쉬움이 있었고, 그런 두려움이 누구에게 없을까 이해도 되지만, 그러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님은 분명한 일이었다.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그냥 우한에 남아서 살든지 죽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 정말로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엇다면 더욱 길길이 뛰며 입에 거품을 물었지 싶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한 일을 시작하자 비난을 쏟아놓다니 말이다. 나의 이익과 욕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것이 없는 초라하고 가벼운 존재들을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다시 들려온 소식들, <우한 교민 환영> 소식이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우한에서 돌아온 이들을 격려하며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직접 손글씨를 써서 자신의 모습과 함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운동에 대해서도 아산 시민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 그런 따뜻한 마음이 격렬했던 반대를 누그러뜨리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기회가 주어져 가족들과 여행을 간다면 일부러라도 아산과 진천을 찾아가 그곳 주민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지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방금 잘못 타이핑한 곳을 발견하고 고쳤다. ‘주민들에게’를 ‘주님들에게’로 쳤던 것이다. 단순한 실수였지만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주님과 다름이 없다는 심정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대문을 열 듯 마음을 열고 따뜻한 마음으로 환대하는 이들을 대할 때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노란 손수건이다. “나는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얼마든지, 기꺼이요!” 그런 마음으로 참나무 가득 매달았던 노란 손수건!

 

오늘 이 땅의 교회가 해야 할 일 있다면 스스로 갇혀 있는 울타리를 걷어내고 노란 손수건을 가득 매다는 일 아닐까. 세상을 향해서, 이웃을 향해서 말이다. 노란 손수건이 바람에 나부끼는 예배당, 그런 예배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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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

신동숙의 글밭(70)

 

평온

 

 

 

들숨 만큼만 채우고
날숨 만큼만 비우면

 

몸과 마음이 머물러
평온한 자리

 

내 곁을 맴도시던
하나님 앉으실

 

푸른 하늘숨 모은
하얀 구름 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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