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사람들

한희철의 얘기마을(12)


무심한 사람들




어스름을 밟으며 동네 아주머니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지나가던 자가용 한 대가 서더니만 창밖으로 고갤 내밀며 한 아주머니한테 묻더란다.


“저런 아주머니들도 집에 가면 남편이 있나요?”


“지들이 우리가 농사 안 지면 무얼 먹고 살려고?”


한낮 방앗간 그늘에 앉아 쉬던 아주머니들이 그 이야기를 하며 어이없어 한다. 무슨 마음으로 물었던 것일까, 아무리 지나가는 길이기로서니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가뜩이나 서러운 삶을 그런 식으로 받다니. 무식한 사람들, 무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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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신동숙의 글밭(176)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하나의 노래를 불러요

하나의 노래를 


울 할아버지들은

쌀 한 가마니에 오원의 노래를 부르셨지요


내 어린 날에는

과자 한 봉지에 백원의 노래를 불렀고

"엄마~ 백원만"


내 어린 아들은

배가 불러도 천원의 노래를 부르고

"엄마~ 천원만"


중학생 딸아이는

아침부터 만원의 콧노래를 부르지요

"엄마~ 저녁밥 사 먹게 만원만"


허기진 청춘들은

한 달 꼬박 일해서 번 돈 백만원에 휘파람을 부는지


길을 잃은 어른들은

숨 넘어가는 억소리에 어깨춤을 추어도


허리뼈가 굽으신 할머니는

폐지 1키로에 이십원을 주우셔야 해요


세월의 강물은 흘러만 가는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하나에서 멀리 떠나왔는지


나는 오늘도 이슬 한 방울의 힘으로

세월의 물살을 거슬러 피어올라


그 하나를 찾으려 

밤하늘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밤하늘엔

하나의 달이 밝아서 다행이예요


새벽이면 

하나의 해가 어김없이 떠오르고요


아무리 어둔 가슴일지라도

어딘가엔 오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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