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의 불씨

신동숙의 글밭(177)


어둔 밤의 불씨




붉은 노을로

저녁 하늘에 밑불을 놓아


까맣게 태우는

어둔 밤


낮의 모든 밝음을 

태우시는 어진 손길


가난한 집 지붕 위에

불씨처럼 남겨 둔 하얀 박꽃 한 송이


어둔 밤에 있을지라도

낮의 밝은 해를 잊지 말으라시며


까맣게 기름진 밤하늘에 

씨알처럼 흩어 둔 하얀 별들


그리움을 지피는 

어둔 밤에 불씨 하나 있어


없음을 향하여 제 몸을 지우다가

다시금 피어나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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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할아버지

한희철의 얘기마을(13)


왜가리 할아버지




느긋한 날갯짓으로 내려앉아 어정어정 논가를 거니는 

한 마리 왜가리인 줄 알았어요.

널따란 논 한복판 한 점 흰 빛깔.

흔한 일이니까요.

허리 기역자로 굽은 동네 할아버지 피 뽑는 거였어요.

난닝구 하나 걸친 굽은 등이 새처럼 불쑥 오른 것이었지요.

내려앉은 새처럼 일하시다 언젠지 모르게 

새처럼 날아가고 말 변관수 할아버지. 


<얘기마을>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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