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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2

밤 서리 한희철의 얘기마을(97) 밤 서리 동네 형, 친구와 같이 장안말 산에 오른 건 밤을 따기 위해서였다. 가을 산에는 먹을 게 많았고 그건 단순히 먹을 걸 지나 보석과 같은 것이었다. 신나게 밤을 털고 있는데 갑자기 “이놈들!” 하는 호령 소리가 들려왔다. 산 주인이었다. 놀란 우리들은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하필 주인 있는 밤나무를 털었던 것이다. 한참을 산 아래로 내려와 헉헉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잡히지 않은 것과 제법 자루를 채운 밤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을 치느라 친구가 신발 한 짝을 어디엔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검정고무신이었지만 신을 잃고 가면 집에서 혼날 거라며 친구는 울먹울먹했다. 그때 동네 형이 제안을 했다. 내가 가서 신발을 찾아오겠다, 대신 오늘 딴 밤은 .. 2020. 9. 28.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 청도 운문사 신동숙의 글밭(242)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 청도 운문사 가을 하늘이 좋은 토요일 정오인데, 가족들이 저마다 다 일이 있다고들 합니다. 은근히 기대하던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모처럼 혼자서 길을 나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훌쩍 혼자서 집을 나서기 전에 "같이 갈래요?"하고 자녀들과 친정 엄마에게까지도 전화를 걸어서 일일이 다 물어보았기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홀가분하기만 합니다. 가뜩이나 온라인 등교로 두 자녀와 매일 집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그립기까지 했던 차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멀리까지 가지는 못하고 차로 달려서 한 시간 이내에 있으면서 조용히 책도 읽고, 숲길 산책도 하고, 침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면 좋은 것입니다. 분도 명상의 집, 통도사, 석남.. 2020.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