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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62

동틀 녘 참선방에서 쫓겨나다 신동숙의 글밭(247) 동틀 녘 참선방에서 쫓겨나다 이 세상에서 내가 앉을 자리가 어디인가 하고 찾다 보면, 예수가 이 세상에 머리 둘 곳 없다 하시던 말씀과 살포시 겹쳐집니다. 잠시 앉을 자리야 얼마든지 있지만, 제가 찾는 건 잠시 앉을 자리가 아닌 오래 앉을 자리입니다. 오래 앉을 자리로 치자면 제 집도 오래 앉을 곳이 못 됩니다. 집안 살림이란 것이 있어서, 때가 되면 끼니를 챙겨야 할 자녀들이 눈 앞에 어른거리고, 세탁 바구니엔 빨랫감이 쌓이고, 설거지거리가 쌓이고, 먼지가 쌓이고,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살림살이 속에서 과연 홀로 앉았는 일이란 널뛰기와 같습니다. 차 한 잔을 우려내는 3분의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았는 일도 일상 속 가족들에겐 게으름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3분이.. 2020. 10. 6.
어디까지 떠밀려야 한희철의 얘기마을(106) 어디까지 떠밀려야 어렵게 한 주일이 갔습니다. 작은 농촌엔 별다른 일도 드물어 그저 그런 일들이 꼬리 물 듯 반복되곤 했는데, 이번 주 있었던 두 가지 일들은 무척이나 마음을 어둡고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봉철이가 퇴학을 맞았습니다. 막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한참 신나게 공부하고 뛰어놀 때인 중학교 1학년. 봉철이가 더 이상은 학교를 못 다니게 되었습니다. 며칠인지도 모르고 계속 결석을 했던 것입니다. 공부가 싫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봉철이는 아침마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는 했습니다. 그걸 안 주위 분들이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면서 노력했지만 끝내 봉철이 마음을 학교로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봉철이가 야단을 맞을 일이지만 그래도 마음 아픈 데가 없지는 않습니다. 돌아가.. 2020.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