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한희철의 얘기마을(116)


사탕



가까운 친구 주명이가 죽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토요일 오후 우리는 저수지로 향했다. 고기, 우렁, 조개를 잡을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는 곳, 학교에선 가지 말라 금하였지만 철길 넘어 저수지는 어린 우리에겐 얼마나 신나는 곳이었던지. 갈 때마다 그러했듯 그날도 모두들 신나게 놀았다.


저녁 무렵, 집으로 오려고 철교 아래 모였는데 주명이가 보이질 않았다. 오리를 잡는다고 물로 들어갔다는데, 그 뒤론 모두들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입을 모아 주명이를 불렀다. 목이 쉬도록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도 나오지도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때가 저녁, 통근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친구 한 명과 나는 숨이 멎도록 기차역으로 달려가 퇴근해 돌아오는 주명이 형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퇴근하던 마을 분들이 그대로 저수지로 뛰었다. 


배가 뜨고 옷을 벗은 어른들이 물로 뛰어들었다. 얼마 만에 친구는 동네 아저씨 발에 걸려 주검으로 떠올랐다.


다음날 친구랑 광에 기대섰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주명이가 물에 빠진 걸 그의 형에게 알렸을 때,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 형은 우리에게 각기 2원씩을 주었었다. 우린 그걸로 눈깔사탕을 사서 입에 물곤 왠지 모를 슬픔과 걱정으로 광에 기대섰던 것이었다.


입에 가득한 사탕의 단맛과 왠지 모를 슬픔과 두려움이 뒤엉킨 그때의 심정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남아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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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방

신동숙의 글밭(255)


고독의 방




가슴으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못 견디게 시리도록 

때론 아프도록


바로 이때가 고독의 방이 부르는

영혼의 신호


사람을 찾지 않고 

홀로 침잠하는


날숨마다 날 지우며

시공간(時空間)을 잊은 無의 춤


처음엔 온통 어둠이었고 

언제나 냉냉하던 골방입니다


홀로 우두커니 선 듯 앉은 듯 

추위에 떨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반짝이는 한 점 별빛

그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 먼 별이 살풋 짓는 여린 미소에 

가슴 속 얼음이 녹아 눈물로 흐르면


흘러가기를 

목마른 곳으로


골방에 나보다 먼저 다녀간 이가 있었는지

아궁이에 군불이라도 지폈는지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문득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아.. 이제는 고독의 방으로 드는 일이 견딜만합니다


고요히 머무는 평온한 침묵의 방에서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의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는 기도의 골방


내가 사랑하는 고독의 방은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即是)


지금 이 순간, 있는 모습 그대로 꽃 피울

꽃자리의 사랑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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