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55)
고독의 방
가슴으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못 견디게 시리도록
때론 아프도록
바로 이때가 고독의 방이 부르는
영혼의 신호
사람을 찾지 않고
홀로 침잠하는
날숨마다 날 지우며
시공간(時空間)을 잊은 無의 춤
처음엔 온통 어둠이었고
언제나 냉냉하던 골방입니다
홀로 우두커니 선 듯 앉은 듯
추위에 떨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반짝이는 한 점 별빛
그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 먼 별이 살풋 짓는 여린 미소에
가슴 속 얼음이 녹아 눈물로 흐르면
흘러가기를
목마른 곳으로
골방에 나보다 먼저 다녀간 이가 있었는지
아궁이에 군불이라도 지폈는지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문득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아.. 이제는 고독의 방으로 드는 일이 견딜만합니다
고요히 머무는 평온한 침묵의 방에서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의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는 기도의 골방
내가 사랑하는 고독의 방은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即是)
지금 이 순간, 있는 모습 그대로 꽃 피울
꽃자리의 사랑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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