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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2

쉬운 삶 한희철의 얘기마을(133) 쉬운 삶 안갑순 속장님이 몸져 누워있다는 소식을 듣고 끝정자로 내려갔습니다. 아직껏 가슴이 뛴다는 속장님의 얼굴이 많이 부어있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깟 강아지 두 마리에 웬 수선이냐 할진 몰라도 이야길 들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일 년 내내 번 돈을 아껴 집사님 내외분은 강아지 두 마리를 샀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사람 주먹보다도 작은 귀한 강아지였습니다. 그림같이 인형같이 생긴 강아지 두 마리를 방안에 키우며 며칠 동안은 고놈들 귀여운 맛에 하루 해가 짧았습니다. 들인 거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강아지들은 귀여움 투성이였습니다. 자식 없이 살아가는 노년의 외로움을 그렇게 이겨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사고가 나던 날, 마침 바깥 볕.. 2020. 11. 3.
비가 그친 후 소나무 숲 냄새 신동숙의 글밭(267) 비가 그친 후 소나무 숲 냄새 간밤에 가을비가 순하게 내리는가 싶더니, 명상의 집을 둘러싼 소나무 숲이 한결 순하게 젖어든 아침입니다.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뒷설거지를 하고 이부자리와 방 정리까지 마무리를 한 뒤 강론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선 바쁜 아침을 보내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엄마 없는 빈 집으로 제일 먼저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 아들의 눈에 널브러진 방으로 맞이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방바닥의 먼지까지는 닦지 못하더래도, 옷가지며 이불이며 제 자리에 있을 것들은 제 자리에 두고서 집을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입니다. 그 대신 토마스 머튼의 강론 수업 시간에 오늘 만큼은 기필코 지각하지 않기로, 지난 며칠간 혼자서 속으로 다짐했던 엄마의 열심을 내려놓기로 한 .. 2020.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