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33)
쉬운 삶
안갑순 속장님이 몸져 누워있다는 소식을 듣고 끝정자로 내려갔습니다. 아직껏 가슴이 뛴다는 속장님의 얼굴이 많이 부어있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가 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깟 강아지 두 마리에 웬 수선이냐 할진 몰라도 이야길 들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일 년 내내 번 돈을 아껴 집사님 내외분은 강아지 두 마리를 샀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사람 주먹보다도 작은 귀한 강아지였습니다. 그림같이 인형같이 생긴 강아지 두 마리를 방안에 키우며 며칠 동안은 고놈들 귀여운 맛에 하루 해가 짧았습니다. 들인 거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강아지들은 귀여움 투성이였습니다. 자식 없이 살아가는 노년의 외로움을 그렇게 이겨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사고가 나던 날, 마침 바깥 볕이 따뜻하기에 강아지 먹일 우유를 데우는 동안 잠깐 강아지를 마당에 내어 놓았던 것인데, 우유를 데워가지고 마당으로 나오니 아뿔싸, 강아지 두 마리가 마당에 나동그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잠깐 사이에 집에서 키우던 덩치 큰 도사견이 그동안 뺏긴 관심에 앙갚음이라도 한 듯 그 쪼그만 강아지 두 마리를 물어 제쳤던 것입니다.
엉엉 속장님이 대성통곡을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도사견은 아저씨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고 강아지 두 마리는 뒷동산 양지쪽에 곱게 묻었지만 집사님의 마음은 쉬 안정될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예배를 드리며 자꾸 마음이 찔렸습니다. 강아지 잃고 속장님은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몸져눕고 말았는데, 강아지 두 마리에 그랬는데, 그에 비해 난 너무도 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낙심한 교우 두고 몸져눕기는 커녕 눈물도 없었던 내가, 너무나도 쉽게 보였던 것입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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