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등불

신동숙의 글밭(271)


침묵의 등불




초 한 개로 

빈 방을 채울 수는 없지만 


초의 심지에 

불을 놓으면


어둡던 빈 방이 

금새 빛으로 가득찹니다


백 마디 말씀으로 

하늘을 채울 수는 없지만


마음의 심지에

성호를 그으며


내 안에 하늘이 

금새 침묵으로 가득찹니다


촛불처럼

나를 태워


침묵의 등불을 밝히는

고독의 사랑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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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한희철의 얘기마을(138)


우리 엄마



종일이가 전화를 겁니다. 

종일이는 이따금씩 교회의 공중전화를 찾아와 전화를 겁니다.

아빠 돌아가시고선 시내로 나가 새 살림 차린 엄마,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엄마 좀 바꿔 줘.”


자기 엄마를 새엄마로 갖게 된 꼭 자기만한 계집애였을까, 

누군가 전화를 받았을 때 종일이는 대뜸 ‘우리’ 엄마를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가을의 찬비가 며칠째 내리는 쓸쓸한 저녁, 

우연히 듣게 된 ‘우리 엄마’를 찾는 종일이의 전화에 확 두 눈이 뜨거워집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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