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사랑

한희철 얘기마을(151)


넉넉한 사랑




근 한 달 동안 훈련을 하느라 고생한 군인들을 위해 떡이라도 조금 해서 전하면 좋겠다는 말을 모두가 좋게 받았습니다. 맘씨 좋은 형님 같은 인상의 대대장도 교인이고 하니 부대선교를 위해서도 좋을 듯싶었습니다.


교회 형편이 형편인지라 방앗간에서 서너 말 쌀을 사서 떡을 만들어야지 싶었는데, 잠깐 기다려보라 한 교우들이 어느새 서로들 쌀을 모았습니다. 한 말 두 말 늘어난 쌀이 제법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마을 몇 분도 쌀을 보태 어느새 모은 쌀이 한 가마에 이르렀습니다.


기꺼운 참여, 군에 간 아들 둔 부모도 있고, 군인들 바라보는 마음이 다 내 자식 같아 쌀을 모으는 마음들이 기꺼웠습니다. 서둘러 방아를 돌리고 뜨끈한 절편을 만들어 전했습니다.


한 가마나 되는 떡을 전하면서도, 떡 한 조각씩이나 돌아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교우들, 사랑의 넉넉함을 난 정말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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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하늘

신동숙의 글밭(282)


충만한 하늘





빈 하늘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기에

아침마다 이렇게 환하게 밝아오는지


태양이 비추는 우주 공간은

언제나 어둠인 채로 아침이 오지 않습니다.


들숨으로 들으킨 하늘이

뼈와 피와 살이 되는 신비로움


몸이 하늘에 공명하여

울리면 노래가 되고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를 따라서

몸짓은 춤이 되기도 합니다.


비로소 잎들을 다 털어낸 빈 가지를 

하늘이 고이 품에 안고서 이 겨울을 지나며


겨울 바람이 웅웅 자장가를 불러주는 겨울밤은

촛불 하나만 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긴긴밤


황금빛 햇살을 걸쳐 입은 빈 가지마다

새 움을 틔우는 이 충만한 하늘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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