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르는 걱정

한희철 얘기마을(154)


남모르는 걱정




종하가 산토끼를 또 한 마리 잡았습니다. 

올 겨울 벌써 일곱 마리째입니다. 

토끼를 잡아들이는 종하를 종하 할머니는 걱정스레 봅니다. 


먼저 간 아들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종하 아버지도 산짐승 잡는 덴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종하 아버지가 마흔도 못 채우고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아버질 닮아 토끼 잘 잡는다고 동네 사람들은 종하를 신기한 듯 말하지만 할머니, 종하 할머니는 남모르는 걱정을 혼자 합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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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종량제 봉투

신동숙의 글밭(285)


엄마의 집, 종량제 봉투




앞으로 2주 동안 

엄마의 집은 빈 집입니다.

냄비에 남은 찌게를 버릴까 하다가 냉장고로 보냅니다.


수저 한 벌, 밥그릇 하나, 작은 반찬 접시

아침 밥그릇이 담긴 설거지통을 비웁니다.


엄마가 여러 날 동안 

우겨 담으셨을 종량제 봉투에

화장실 쓰레기통 휴지까지 마저 눌러 담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를 지내오면서도

엄마의 아파트 종량제 봉투 버리는 데를 모릅니다.


문을 나서며 처음 마주친 아주머니께 여쭈니

"앞쪽에 버려도 되고, 뒷쪽에 버려도 되는데,

이왕이면 가까운 뒷쪽에 가세요." 하십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 하며 뒷쪽으로 가니

태우는 쓰레기통, 안 태우는 쓰레기통이 나란히 두 개


태우는 쓰레기통 손잡이를 위로 당기니 열리지 않아서 아파트는 쓰레기통도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되나 싶어서

쓰레기통 주위를 사방으로 살피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좀 전에 아주머니가 

저 멀리서 내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이시며

힘차게 하늘을 밀어올리십니다.


내가 쓴 힘이 약했구나 싶어서

태우는 쓰레기통 뚜껑을 힘껏 

하늘로 밀어올리니

커다란 뚜껑이 머리 위로 활짝 열립니다.


종량제 봉투가 무사히

툭 바닥에 닿는 걸 확인하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돌아서며

한 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 찾으니

아주머니의 모습이 아무래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내어주기만 하시고 

받을 줄 모르시는 울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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