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땅

한희철의 얘기마을(199)


땀과 땅



사람·살다·사랑이란 말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좋은 말이었고, 옳은 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땀과 땅도 같은 어원을 가진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땅은 땀을 흘리는 자의 것이어야 하고, 땀을 흘리는 자만이 땅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땀을 사랑하는 자가 땅을 사랑할 수가 있고, 땅의 소중함을 아는 이가 땀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볼 때 땅의 주인은 마땅히 땀을 흘리는 자여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름 많이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땀과 땅이 갖는 관계의 정직함 여부입니다. 이따금씩 자가용 타고 나타나 투기용으로 사두는, 사방 둘러선 산과 문전옥답의 주인이 되어가는 건 아무래도 옳지 못합니다.


비지땀 흘려 농사짓는 이가 따로 있고, 가만히 앉아 땀의 결과를 반이나 차지하는 이가 따로 있다는 건 아무래도 바른 모습이 아닙니다.


땅의 주인은 땀 흘리는 자입니다. 땀 흘릴 마음이 없는 이는 땅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땀 흘리는 자가 땅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이 땅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두려움  (0) 2021.01.12
거룩한 손길  (0) 2021.01.11
땀과 땅  (0) 2021.01.10
소심함과 완고함  (0) 2021.01.09
거룩한 옥수수  (0) 2021.01.08
별과 꿈  (0) 2021.01.07
posted by

오토바이 보조바퀴

신동숙의 글밭(309)


오토바이 보조바퀴




큰일이다

꽁꽁 싸매고

길거리에 나서면 


꽃보다 먼저 

사람보다 먼저

오토바이 발통이 보인다


앞뒤 두 발통으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잘 돌아가던 하루에 브레이크를 건다


썰매가 거추장스럽다면

자전거 보조바퀴라도 달아주고 싶은데

폼이 안 산다며 멀리 달아나려나


뉘집 할아버지인지

뉘집 아버지인지

뉘집 아들인지


앞 발통엔 몸을 싣고

뒷 발통엔 짐을 싣고

하늘만 믿고 달린다


싸운 사람처럼

앞에 가고 뒤에 가고

멀찌감치 떨어져 위태롭게 달린다


하지만 하늘은 

옆으로 나란히 지으신다


스승이자 벗이 되어

나란히 걸으라시며 두 다리를 주시고


혼자 걷다 넘어져도

땅을 딛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생명을 살리는 어진 손길로

보조바퀴처럼 옆으로 나란히


겨울바람에 말갛게 씻긴 내 두 눈엔

오토바이 발통만 보인다

작은 일이 아니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화자 좋은 날  (0) 2021.01.15
반쯤 비우면  (0) 2021.01.11
오토바이 보조바퀴  (0) 2021.01.10
엎드린 산  (0) 2021.01.09
둥근 본능, 흙구슬 빚기  (0) 2021.01.08
숨은 하느님  (0) 2021.01.05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