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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오토바이 보조바퀴

by 한종호 2021. 1. 10.

신동숙의 글밭(309)


오토바이 보조바퀴




큰일이다

꽁꽁 싸매고

길거리에 나서면 


꽃보다 먼저 

사람보다 먼저

오토바이 발통이 보인다


앞뒤 두 발통으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잘 돌아가던 하루에 브레이크를 건다


썰매가 거추장스럽다면

자전거 보조바퀴라도 달아주고 싶은데

폼이 안 산다며 멀리 달아나려나


뉘집 할아버지인지

뉘집 아버지인지

뉘집 아들인지


앞 발통엔 몸을 싣고

뒷 발통엔 짐을 싣고

하늘만 믿고 달린다


싸운 사람처럼

앞에 가고 뒤에 가고

멀찌감치 떨어져 위태롭게 달린다


하지만 하늘은 

옆으로 나란히 지으신다


스승이자 벗이 되어

나란히 걸으라시며 두 다리를 주시고


혼자 걷다 넘어져도

땅을 딛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생명을 살리는 어진 손길로

보조바퀴처럼 옆으로 나란히


겨울바람에 말갛게 씻긴 내 두 눈엔

오토바이 발통만 보인다

작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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