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309)
오토바이 보조바퀴
큰일이다
꽁꽁 싸매고
길거리에 나서면
꽃보다 먼저
사람보다 먼저
오토바이 발통이 보인다
앞뒤 두 발통으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잘 돌아가던 하루에 브레이크를 건다
썰매가 거추장스럽다면
자전거 보조바퀴라도 달아주고 싶은데
폼이 안 산다며 멀리 달아나려나
뉘집 할아버지인지
뉘집 아버지인지
뉘집 아들인지
앞 발통엔 몸을 싣고
뒷 발통엔 짐을 싣고
하늘만 믿고 달린다
싸운 사람처럼
앞에 가고 뒤에 가고
멀찌감치 떨어져 위태롭게 달린다
하지만 하늘은
옆으로 나란히 지으신다
스승이자 벗이 되어
나란히 걸으라시며 두 다리를 주시고
혼자 걷다 넘어져도
땅을 딛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생명을 살리는 어진 손길로
보조바퀴처럼 옆으로 나란히
겨울바람에 말갛게 씻긴 내 두 눈엔
오토바이 발통만 보인다
작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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