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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3

은총이 스며드는 통로 은총이 스며드는 통로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전 3:12-13) 환자를 대동하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니 눈이 퐁퐁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내리는 눈이 시원의 세계로 저를 안내하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열린 흰 세계를 보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그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첫 문장만은 잊을 수 업습니다. “국경의 터널을 빠져나가니, 설국이었다.” 삶의 무거움을 조금쯤 짐작하며 현실.. 2021. 1. 15.
숨어서 하는 사랑 한희철의 얘기마을(204) 숨어서 하는 사랑 밥을 안 먹어 걱정이던 규성이도 점심시간 제일 밥을 많이 먹는다. “엄마한테 갈 거야!” 한번 울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던 학래도 이른 아침부터 놀이방에 올 거라고 전화를 한다. 새침데기 선아도 친구들과 어울려 소꿉놀이에 정신이 없다. 할머니 젖을 물고 자 버릇 했던 제일 나이 어린 영현이는 아내 등이 낯선지 계속 잠을 못 잤고, 졸지에 엄마를 뺏긴 규민이만 칭얼대며 그 뒤를 쫓아다녔다. 희선이, 학내, 선아, 규민이, 재성이, 미애, 규성이, 영현이 등 모두 8명의 꼬마들이 아침부터 모여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작은 다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질서를 세워가고 있다.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인형을 갖고 놀기도 하고, 장난감 총을 들고 새.. 2021. 1. 15.
지화자 좋은 날 신동숙의 글밭(311) 지화자 좋은 날 160년 전 미국의 메사추세츠 주 월든 숲의 오두막에서 동양의 주역을 읽던 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산골 오두막 머리맡에 둔 몇 권의 책 중에서성 프란체스코를 읽던 날의 법정 스님 지리산 자락의 유가댁 자제인 열 다섯살 성철 스님이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쌀 한 가마를 바꾸던 날 6·25 동족상잔 그 비극의 흙더미 아래에서밤이면 책을 읽던 진실의 스승 리영희 선생님 감옥의 쪽창살로 드는 달빛을 등불 삼아책을 읽고 종이조각에 편지를 쓰던 날의 신영복 선생님 주일 예배 설교단에서 반야심경의 공사상을 인용하는 날의 목사님 초하루 법문이 있는 대웅전에서요한복음 3장 8절을 인용하는 큰스님 천주교 식당 벽에 붙은 공양게송 한 줄 읊으며 창문밖 성모마리아상 한 번 보고밥 한 숟.. 2021.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