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신동숙의 글밭(316)


새소리




아침에 새소리를 들었다

몇 년만에 듣는 반가운 기척


창문을 시스템 창호로 바꾼 후

새소리 알람시계는 끄고 살았는데


좀 전에 비가 오는가 싶어서

부엌 쪽창을 조금 열어두었더니


겨우 그 한 뼘 틈새로

집 안으로 들어온 새소리가


갈빗대 빗장 틈새로

밤새 닫힌 가슴 쪽문을 연다


새벽 하늘을 깨우며

새날을 알리는 첫소리


새아침을 울리는

새소리는 늘 새 소리


새는 날마다 새로운 길

새 하늘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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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희철의 얘기마을(214)


주인공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주인공을 잊어버리는 일이다. 어떤 일로 몇 사람이 모였다 하자.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이는 자리엔 누군가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생일을 맞았다든지, 이사를 했다든지, 아프다든지, 기쁜 일 혹은 슬픈 일이 있다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가 그 자리의 주인공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잊고 엉뚱한 얘기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엉뚱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엉뚱한 주제가 당연히 나눠야 할 대화를 가로채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설 땐 허전하다. 그 허전함은 돌아서는 사람 뿐 아니라 그날의 주인공인 사람에게는 더욱 클 것이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 어색함 없이 누군가의 삶을 주목하는 것은 그만큼 아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내 삶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면, 그 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공임을, 나를 나 되게 하시는 분이 내 삶의 주인공임을 잊어버리고 엉뚱한 것에 사로잡혀 한 평생을 보낸다면 돌아서는 길, 얼마나 허전할까.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는 삶, 그게 삶의 또 하나의 지혜지 싶다. 


-<얘기마을>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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