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71 어떤 선생님 -1989년 9월 7일. 목요일. 실내화를 안 가지고 학교에 갔다. 빈 실내화 주머니를 가지고 간 것이다. 맨발로 교실에 있었다. 규덕이 보고 실내화를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도 규덕이는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맨발로 지냈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잊어버리고 나한테 안 준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지. -그렇게도 정신이 없었니? 6.25땐 아기를 업고 간다는 게 베개를 업고 피난을 간 사람도 있었다더라.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 규애가 연필로 쓴 일기 밑에는 빨간색 글씨의 짧은 글들이 있었다. 물으니 담임선생님께서 써 주시는 것이란다. 반 아이들 일기도 마찬가지란다. 흔희 ‘검’자 도장을 찍어 주는 게 예사인줄 알았는데 그 선생님은 달랐다. 규애의 허.. 2021. 2.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