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52 새순 내게 있는 모든 의지를 떨구십니다 봄날의 꽃잎처럼 사방 흩어 놓으십니다 이 땅에 내 것이라 할 것 없는 나는 가난한 나무처럼 제 자리에 머물러 가만히 눈 감고 안으로 푸르게 깊어질 뿐입니다 2021. 4. 15. 떠나가는 손 트럭 운전석 옆에 나란히 앉은 설정순 집사님도 남편 박동진 아저씨도 모두 눈이 젖을 대로 젖어 있었다. 작실로 올라가다 만난 이사 차, 고만고만한 보따리들이 차 뒤에 되는 대로 실려 있었다. 설정순 집사님 내외가 문막으로 이사를 나가는 길이다. 때가 겨울, 두 분 모두 환갑의 나이, 이제 어디로 나간단 말인가. 내 땅 하나 없이 남의 땅 붙이는 것도 이젠 한계, 두 분은 떠밀리고 있었다. 드신 약주로 더욱 흐려진 아저씨의 젖은 두 눈이 안타까웠다. “건강하세요.”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애써 웃으며 그렇게 인사할 때 두 분은 차창 밖으로 내 손만 마주 쥐었다. 뭔가 하려던 말이 주르르 흘러내린 눈물에 막히고 말았다. 마침 도로 포장을 위한 공사 중, 올라오는 차와 마주쳐 이사차가 길옆 논으로 피해 들어갔.. 2021. 4.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