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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4

넉넉한 은혜 절기예배 중 그중 어려운 게 감사절입니다. 기쁨과 감사가 넘쳐야 할 감사절을 두고 웬 우중충한 얘기냐 할진 몰라도, 아무래도 감사절은 어렵습니다. 그것이 맥추감사주일이건 추수감사주일이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첫 곡식을 거두며, 혹은 온갖 곡식을 거두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예배에 왜 감사와 기쁜 마음 없겠는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괴롭고 안타까운 일들을 주변에 두고 때 되어 감사절을 맞아야 할 때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감사의 조건과 감사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그런 마음을 가로막고 나서는 안타까움이 바로 곁에 있습니다. 지난번 맥추감사주일 예배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일이 감사절, 어떻게 감사 예배를 드리나, 바쁜 일철에 몇 명이나 모여 어떤 감사의 고백을 할 수 있을까.. 2021. 5. 3.
정녕, 무엇이 인생의 참된 평강인지요 시편 4편 6절 “그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줄까” 하고 말하는 자가 많사오니, 밝으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소서, 야훼여.(《공동번역》) 衆庶喁喁望 何日見時康(중서옹옹망 하일견시강) 吾心惟仰主 願見主容光 많은 이 기도합네 웅얼거리나 평강의 때 일랑은 얻지를 못해 나 오직 주님만을 우러르나니 주님의 얼굴 빛 보게 하소서(《시편사색》, 오경웅) 좋은 날 원치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누가 불행을 바라겠습니까? 다들 좋은 날을 바라고 쨍하고 해뜰 날을 기대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두리번거립니다. 그 좋은 날이 어디서 오는지 목을 빼고 혹여 기미라도 보이면 득달같이 잡아채려 덤벼듭니다. 그러나 참된 좋은 날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찾을 수 있는게 아니지요. 그게 이웃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2021. 5. 3.
“어머니가 저를 몰라보셔도 괜찮아요” 오늘은 장애인 목욕봉사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뭄 후 오랜만에 보는 봄비이니 단비인 것은 확실한데 혼자서 우산을 받쳐 들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단비도 씁쓸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목욕탕으로 이동하려니 횡단보도 앞에 휠체어를 잡고 계신 팔십이 넘은 어머니와 육십이 넘은 아들이 우산을 받쳐 든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익히 알던 분들인지라 나는 얼른 늙은 어머니대신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어머니는 봉사하러 온 고등학생의 우산을 같이 쓰고 목욕탕으로 따라오셨고 나는 아들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고 봄비 속을 앞서 걸었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밀어주는 사람이 빗속을 함께 걸으면 한사람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나는 15분동안 비를 맞았지만 어머니는 20년 .. 2021. 5. 3.
햇살 돌틈에 누운 풀 한 포기를 비 걸음으로 달려와서 바람 손으로 부둥켜안고서 해맑은 웃음으로 일으켜 살리는 마음 2021.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