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비

사진/김승범

 

 

이따금 당신들의 눈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서러운 얘기 서럽게 하다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흐르는 눈물, 혹은 쓰러져 주체할 줄 모르는 눈물, 그렇게 당신들의 눈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난 망연히 마주할 뿐 무어라 말할지를 모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쓰리고 아픈 마음, 괴롭고 힘겨운 시간들, 도대체 와 닿지 않는 생의 위로, 따뜻한 기운, 난 그저 안쓰럽게 당신들의 슬픔을 마주하며 그걸 마음으로 느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못합니다.


그 흔한 성경말씀도 그럴 땐 떠오르지 않고, 떠오르는 몇 구절은 당신들의 눈물과 거리가 느껴집니다. 못난 전도사죠.


그러고 돌아서는 길,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서는 길, 마음속엔 비가 내립니다. 늘 비가 내립니다.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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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

 


마음에 일이 없는
심심한 날

땅의 일감을 모아 지피던
열심의 불을 끈 후

까맣게 애태우던 마음이 
하얗게 기지개를 켠다

심심함의 터널은 
호젓이 걷는 오솔길

마음이 마음을 부르는
고독과 침묵이 보내온 초대장

심심 산골 마음의 골짜기에서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심심 하늘에 비추어
내 마음 겹겹이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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