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07/132

앞으로 걷는 게 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썰물이 되면 나타나는, 바닷가 갯벌에 사는 흔한 게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느 날 그가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도 생각지 않은 것을 혼자 생각하면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우린 왜 옆으로 걸을까. 앞으로 걸을 순 없는 걸까?’ 그는 앞으로 걸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옆으로 아니라 앞으로야.’ 맘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했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여 마신 후 조심스레 발을 뻗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떨렸습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참고 다른 한 발을 마저 옮겼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발은 옆으로 가 있었습니다.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하며 다시 한 번 해 보았습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뿐 발은 옆으로 갔습니다. 몇 번을 더 .. 2021. 7. 13.
오두막 숲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산새 소리에 새벽잠을 깨우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집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내려앉는 집 월든 숲속 소로의 오두막 법정 스님의 오두막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 초의 선사의 일지암 다산 초당 초가집과 막사발과 박꽃 그곳에서 나뭇가지 줏어 모아 불을 때서 밥 해먹고 입던 옷 기워 입고 침묵으로 밭을 일궈 진리의 씨앗 한 알 품고서 없는 듯 있는 바람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오두막에서 맞이하는 저녁 그 이상을 꿈꾸어 본 적 없이 어른이 되었는데 지금 내 둘레엔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2021.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