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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40

가는 길마다 한 점 숨으로 나의 익숙한 산책길은 이 방에서 저 방을 잇는 강화마루 오솔길 하루에도 수없이 오고가는 이 산책길에 내 가슴 옹달샘에선 저절로 물음이 샘솟아 지금 있는 일상의 집이지만 물음과 동시에 낯선 '여긴 어디인가?' 나의 가장 먼 여행길은 집에서 일터를 오고가는 아스팔트 순례길 날마다 오고가는 이 여행길에 무엇을 위하여 달리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숨구멍으로 보이던 마음을 펼치어 언제나 가슴으로 산과 하늘을 가득 맞아들인다 나의 입산 수행길은 일층에서 이층으로 오르는 시멘트 돌층계 틈틈이 오르는 입산 수행길에 오르는 걸음마다 고요한 숨으로 평정심을 지키려는 가는 길마다 한 점 숨으로 되돌아오려는 이러한 내 안의 '나는 누구인가?' 2021. 9. 6.
그때 하나님은 무엇을 하였을까? 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저녁예배를 드리러 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교회로 가던 도중에서 살해되었다. 이곳 섬뜰에서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 바로 옆동네 조귀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주일 저녁,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연결하는 다리 건너편에 있는, 새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교회로 가던 할머니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뱀을 잡는 30대의 땅꾼이었다 한다. 사건 당시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었지만, 술 먹은 사람끼리 싸우는 것인 줄 알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할머니를 목 졸라 죽이곤 할머니 가방 안에 들어있던 600원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살해됐다는 사실보다는 그 할머니가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얘깃거리였다. 호기심조로 말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 2021. 9. 5.
불씨 ‘목회수첩’을 쓰기가 점점 어렵다. 실은 쓸 만한 얘기 거리들도 별로 없다. 뭔 좋은 소식이라고 어둡고 눅눅한 얘기들을 굳이 계속 쓰는가. 아프고 설운 얘기들, 결국은 나와 함께 사는 이들의 이야기인데. 그걸 나는 무슨 기자나 된 듯 끼적이고 있으니. 그러나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한 멈추지 않기로 한다. 고발이니, 의미 부여니, 변명처럼 이유를 댈 건 없다. 그냥 하자. 화로에 불씨 담듯 아픔을 담자. 꺼져가는 불씨 꺼뜨리지 말자. - 1987년 2021. 9. 4.
우리 속의 빛이 어둡지 않은가? “가장 절실한 인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장군이나 성직자가 아닙니다. 지금 배고픈 사람, 지금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사람, 지금 병으로 괴로워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 온갖 괴로움 속에 허덕이는 사람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 , 한길사, p.233에 나오는 권정생의 말) 주님의 은혜와 평화를 빕니다. 벌써 9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별고 없이 잘들 계신지요? 격절의 세월이 한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당도한 시간은 하나님의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은 제 앞일을 알지 못한다”(전 7:14). ‘알지 못함’, .. 2021.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