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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2

참 고맙습니다, 잘 견뎌주셔서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 주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 나의 발을 사슴의 발과 같게 하셔서, 산등성이를 마구 치닫게 하신다.”(하박국 3:17-19)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코로나 단계적 완화 조치가 시행된 첫 주입니다. 뭔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마냥 즐거워할 수만도 없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는 줄어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 설교에서 저는 코로나19가 몰락을 향해 가는 우리 문명을 향해 하나님이 보내신 멈춤신호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더 큰 세계를 .. 2021. 11. 4.
치악산 화가 치악산 기슭, 혼자 사는 화가를 만났습니다. 싸리 울타리 반쯤은 기운 허름한 집, 그가 살고 있는 집은 그랬습니다. 쌓인 눈 시퍼렇게 빛나는 좁다란 밤길을 휘휘 돌아 막바지처럼 선 집 앞에 섰을 때, 폐가인 듯 어둠뿐인 집은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잠든 것 같았습니다. 한쪽 흙에 사는 이유가 시로 적혀 걸린 문을 열고 집주인이 나왔을 때 집주인 또한 집과 다르지 않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온갖 것의 무장해제, 편안했습니다. 속살 투명한 발가벗은 여자와, 울고 울다 숨이 멎은, 뒤로 젖힌 얼굴엔 허구렁인 듯 입 안 목젖이 가득한 그림을 보며 그게 모두 그의 한 모습임을 헤아립니다. 이미 울음은 가둘 수 없다는 듯 액자도 없이 덜렁 종이로만 걸렸습니다. 겨울밤, 촛불 하나만 켜도 방안의 물이 얼지 않는다.. 2021.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