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시나이까2 절망의 산, 그 부박함을 넘어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2) 절망의 산, 그 부박함을 넘어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에 올라가려 한다’는 말이 있다. 2004년부터인가, 세 차례 중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중국의 신강(新講)지역으로 선교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서안에서 시작하여 란주를 거쳐 우루무치와 투루판, 카쉬가르를 거쳐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이 접한 타쉬쿠르간이라는 곳까지 해마다 비슷한 코스였다. 하계와 동계 방학 중 학생들을 모집해 실시하는 선교여행(비전 트립, 혹은 단기선교라고도 부른다)이란 대부분 선교사가 파견돼 있는 현지에 가서 봉사를 하거나 주변 지역을 답사하며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끔 뉴스가 되곤 하는 ‘땅밟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본래 선교적 열정이 풍부한 사람도 못되고 비전 트립이나 땅 밟기 같은 것.. 2015. 1. 7. 경을 치다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 경을 치다 ‘경을 친다’는 말은 종을 치듯 정신이 깨지도록 혼쭐을 낸다는 의미가 담긴 상징적 언술로 들리지만 실제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형(黥刑)은 죄인의 이마나 얼굴에 먹줄로 글씨를 새겨 넣는 형벌이다. 종이 위에 매난국죽을 치듯 얼굴에 먹물을 들이기 때문에 ‘친다’고 쓴다. 문신을 새겨 죄인 됨을 공개하는 것은 머리를 베거나 목을 매달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형벌 보다는 가벼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경형이란 경을 친 다음 그 때부터 형벌의 목적이 발효되는 진정한 상징적 언술이 된다. 이마에 각인된 주홍(검은)글씨는 죄인의 일생을 두고 경을 친 의미를 확인시켜줄 것이다. 나는 왜 이 시점에 꼭 ‘경을 칠 놈’이 아니라 ‘경을 칠 년’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2015.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