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서로 마주본다. 감사합니다. 단순한 연결속에 이렇게 깊고 따뜻한 의미가 들어있다니 놀랍습니다. 공부 많이 시켜 주세요.

    천정근 2015.01.19 01:12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우리말 “서로”는 명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인다. 명사로는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이다. 부사로는 “관계를 이루는 둘 이상 사이에서, 각각 그 상대에 대하여. 또는 양방이 번갈아서”를 뜻한다. “서로”에는 이처럼 “둘 사이의 짝 관계”가 들어 있다.

 

히브리어에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a woman to her sister”) 라는 표현이 있다. 히브리어로는 ‘잇샤 엘-악호타’라고 한다. 이 표현이 바로 특수한 문맥에서 “서로”를 뜻한다.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는 문자대로는 두 자매의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표현이 출애굽기 26장에서만 집중적으로 다섯 번 나온다(출 26:3,3,5,6,17).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이을 때나 결속(結束)시키거나 연결(連結)시킬 때, 주어 기능을 행사하는 그 물체의 문법적 성이 여성인 경우, 이처럼 ‘잇샤 엘-악호타’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의 기능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잇샤 엘-악호타’는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서로”(one to another) 라고 하는 부사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본다.

 

그 휘장 다섯 폭을 서로[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연결하며

다른 다섯 폭도 서로[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연결하고

(《개정》 출 26:3)

 

베로 짠 휘장 다섯 폭을 “서로” 연결하여 커다란 휘장을 만든다. 길이 28규빗(12미터)에 너비가 4규빗(2미터)짜리 휘장 다섯 폭을 옆으로 연결하여, 전체 길이 28규빗(12미터) 너비 20규빗(10미터)짜리 휘장을 만드는 것이다.

 

히브리어 표현을 문자대로 번역하면 “그 휘장 다섯 폭을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폭”(‘예리아’)이 여성 명사이기 때문에 한 폭을 “한 여인”(‘잇샤’)이라고 하고, 연결 대상이 되는 또 다른 한 폭을 “그 여인의 자매”(악호타)라고 한다. 이 둘을 전치사 ‘엘’로 연결시켜 ‘잇샤 엘-악호타’ 라고 하여, “한 여인과 그 여인의 자매간(姉妹間)의 결속(結束)” “자매간(姉妹間)의 유대(紐帶)”처럼, 휘장 폭들을 그렇게 연결한다는 것이다.

 

출애굽기 26장에서 다섯 번이나(26:3,3,5,6,17) 이 표현이 “연결하다”라는 동사를 수식하는, “서로”라는 뜻을 지닌 부사구로 사용된다. 폭과 폭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 자매간의 결속과도 같다는 것을 독자가 은연중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사해사본 이사야서 두루마리 1QIsab

 

 

다른 예를 더 본다. 이것은 폭과 폭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의 첫 단계를 언급한 경우다. 폭과 폭을 갈고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 갈고리를 꿸 “고”(loops)를 각 폭에 만들어서, 두 폭의 여러 개 “고”가 “서로” 마주보게 배치할 할 때도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휘장 끝 폭 가에 고 쉰 개를 달며 다른 휘장 끝 폭 가에도 고 쉰 개를 달고

그 고들을 서로 [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마주 보게 하고

(《개정》 출 26:5)

 

두 휘장을 연결하는 마지막 작업은 연결할 두 폭의 “고”를 서로 마주 보게 하고, 그 “고”에 갈고리를 끼워 두 폭을 하나가 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출애굽기 26장 6절의 진술이다.

 

금 갈고리 쉰 개를 만들고 그 갈고리로

휘장을 [서로] 연결하여 한 성막을 이룰지며

(《개정》 출 26:6)

 

《개역》과 《개정》은 여기에서는 히브리어 ‘잇샤 엘-악호타’를 번역하지 않는다. 《공동번역》(1977)과 《새번역》(1993/2004)은 이것을 “서로”라고 번역한다.

 

그리고 금으로 갈고리 오십 개를 만들어,

이 두 쪽을 서로 [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맞걸어서

한 성막을 만들어라.

(《공동번역》 출 26:6)

 

그리고 금으로 갈고리 쉰 개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갈고리로 두 벌 천을 서로 [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이어, 한 성막을 이루게 하여라.

(《새번역》 출 26:6)

 

성막 널판을 세울 때 널판마다 “촉”(鏃)을 내어 널판들을 연결하였는데, 이때도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잇샤 엘-악호타)라는 표현이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구로 사용되었고, 한국어 번역은 “서로”라고 번역하였다.

 

각 판에 두 촉씩 내어

서로 [문자대로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하듯)”] 연결하게 하되

너는 성막 널판을 다 그와 같이 하라

(《개정》 출 26:17)

 

우리말 “촉”(鏃)은 화살촉이나 연필 촉처럼 긴 물건의 끝에 박힌 뾰족한 물건을 일컫는 말이다. “촉”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야드’의 문자대로의 뜻은 “손”이다. 각 널판들을 연결하여 벽을 만들기 위해 각 널판 모서리에는 촉과 촉구멍을 낸다. 각 널판은, 모서리 한쪽에는 볼록한 촉을 위 아래로 하나씩 만들고, 다른 쪽 모서리에는 역시 위 아래로, 볼록한 촉과 같은 위치에, 오목한 촉구멍을 만든다. “각 판에 두 촉씩 내어”는 한 널판 모서리에 세로로 위아래 각각 하나씩 두 개씩 촉을 만든다는 말이다. “서로 연결하게 하되”는 한 널판의 촉을 다른 널판의 촉구멍에 끼워 널판과 널판을 연결한다는 말이다. 히브리어 본문의 문자대로의 뜻은 “한 여인이 그 여인의 자매에게 하듯”이라는 말이다. 곧 “서로 연결하다”라는 뜻이다.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posted by

유대인의 신년(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

 

유대인의 신년(1)

 

정통파 유대인들은 유대 달력으로 일곱째 달인 티슈리월의 첫째 날과 둘째 날을 신년으로 지킨다. 개혁파 유대인들은 첫째 날만을 신년으로 지킨다. 유대력의 티슈리월은 태양력의 9월 말이나 10월 초의 가을에 해당한다. ‘로쉬 하샤나라고 알려진 유대인의 신년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이날은 심판의 날’(욤 하딘)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다. 지난해 동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고칠 것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살펴보면서 우선은 하나님과, 다음으로는 사람과 화해하는 날이다. 둘째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하는 날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날을 욤 하라트 올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세상의 생일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시작을 기념하는 이날, 유대인들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다시 그들의 삶 속에 창조되기를 기원한다.

 

새해를 준비하는 그믐날

 

새해가 시작되기 하루 전, 새벽부터 일어나 회당으로 예배드리러 간다. 이날은 반나절만 금식하는 날이다. 사람에 따라 새벽에 간단하게 크랙커와 차 정도로 요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날이 밝으면 점심때까지는 먹는 것이 금지된다. 오후 1시에 다시 오후 예배를 드린 후 목욕을 함으로써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한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목욕을 끝내고 금식을 마치는 식사를 한다. 욤 키푸르(대속죄일) 전날에도 유대인들은 목욕으로 몸을 깨끗이 한다. 새해 전날과 대속죄일 전에 목욕하는 것은 유대인이 꼭 지켜야 할 종교적인 의무이다.

 

쇼파

 

신년 첫날 유대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쇼파(뿔나팔)를 불어 새해가 된 것을 만방에 선포한다(레위기 23:24, 민수기 29:1). 따라서 로쉬하샤나를 ‘(나팔)부는 날이라는 뜻의 욤 트루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쇼파는 악기로 사용되었다. 또는 출전 나팔이나 백성을 전쟁에 소집하는 나팔로, 혹은 전쟁 시 적을 놀라게 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는 작년에 일어난 일들, 메시아에 대한 소망, 하나님의 거룩한 주권 선포 등 유대인들에게 많은 것들을 상기시킨다. 탈무드는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잠에 빠져 있는 잠꾸러기들아, 잠에서 깨어나라! 선잠에 빠져 있는 잠꾸러기들아, 정신을 차려라! 너의 행위를 점검하며 하나님께 돌이켜 회개하라. 남기지도 못할 이익을 헛되이 구하며 세월을 허송하는 자여, 일상의 사사로운 일에 빠져 영원한 진리를 바라보지 못하는 자여,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너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라. 너의 삶과 행사를 높여라. 너의 악한 행위와 비천한 계획을 포기하라.

 

 

 

유대인의 전통에 의하면,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에 사탄이 혼란에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쇼파 소리와 함께 온다고 믿는다. 쇼파 소리와 함께 메시아가 오시는 날, 사탄은 산산이 부서지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매해 신년에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에 사탄은 메시아가 오는 줄 알고 혼란에 빠져 허둥대며, 반면에 이스라엘은 최후의 승리가 메시아에게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유대인 학자 싸디아 가온에 의하면 열 가지 이유에서 쇼파를 분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로, 로쉬 하샤나는 창조의 시작을 상징하며 하나님은 그의 창조물을 지배하십니다. 왕들은 그가 왕으로 즉위할 때 나팔을 불게하며, 해마다 같은 날 나팔을 불어 그의 즉위를 만방에 알려 축하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신년에 창조주가 모든 만물의 왕이심을 선포합니다. 그래서 다윗은 나팔과 호각으로 왕 여호와 앞에 즐거이 소리할지어다”(시편 98:6)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둘째로, 신년은 경외의 날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쇼파를 부는 이유는 경외의 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모든 백성에게 경고하기 위함입니다. 경외의 날을 지키기 원하는 사람은 쇼파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경건한 자세를 가지고 하나님께 자기 자신을 돌이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어려움을 당해도 변명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셋째로, 쇼파 소리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 앞에 서약한 우리의 맹세를 상기시킵니다. “나팔 소리가 점점 커질 때에 모세가 말한즉 하나님이 음성으로 대답하시더라”(출애굽기 19:19). “그들이 가로되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출애굽기 24:7).

 

여섯째로, 묶어 바친 이삭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도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우리 자신의 삶을 성별(聖別)하여 바쳐야 합니다.

 

일곱째로, 쇼파 소리를 들을 때에 우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창조주 앞에 우리의 뜻을 굴복해야 합니다. “성읍에서 나팔을 불게 되고야 백성이 어찌 두려워하지 아니하겠으며”(아모스 3:6)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덟째로,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이 다시 모여야 함을 상기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날에 큰 나팔을 울려 불리니 앗수르 땅에서 파멸케 된 자와 애굽땅으로 쫓겨난 자가 돌아와서 예루살렘 성산(聖山)에서 여호와께 경배하리라”(이사야 27:13)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년에 높이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는 과거에 대한 지카로놋’(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기억함)으로, 현재에 임하는 말쿠욧’(하나님의 주권)으로, 미래에 임할 쇼파롯’(하나님의 구속의 약속)으로 유대인의 영혼 깊이 각인된다.

 

                                           최명덕/조치원성결교회 목사, 건국대학교 교수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대인의 안식일(3)  (0) 2015.02.12
유대인의 안식일(2)  (0) 2015.01.30
유대인의 안식일(1)  (0) 2015.01.22
유대인의 신년(3)  (0) 2015.01.14
유대인의 신년(2)  (0) 2015.01.06
유대인의 신년(1)  (0) 2015.01.01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