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2)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모르지 않는다.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도 몇 번인가 노래를 들었다.
들을 때마다 음습하고 을씨년스러운 독일의 겨울이 펼쳐진다.
하지만 몰랐다.
겨울 나그네가 한 시인의 시에 붙인 곡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시인이 빌헬름 뮐러라는 건 잊고 있었다.
전혀 몰랐던 것도 있었다.
겨울 나그네가 ‘낯선 이로 왔다가 낯선 이로 간다네.’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다음과 같이 끝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저편 마을 한 구석에 거리의 악사가 서 있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손풍금을 빙빙 돌리네.
맨발로 얼음 위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지만
그의 조그만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어.
아무도 들어줄 이 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네.
개들만 그 늙은이 주위를 빙빙 돌며 으르렁거리고 있네.
그래도 그는 모든 것을 되는 대로 내버려두고 손풍금을 돌린다네.
그의 악기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네.’
거리의 늙은 악사가 눈에 선하다.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손풍금을 빙빙 돌리는,
맨발로 얼음 위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개들만 주위를 빙빙 돌며 으르렁거릴 뿐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악사 앞에 놓인 조그만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는,
그런데도 손풍금을 절대 멈추지 않는…
누구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 듣고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많을까?
어떤 노래인 줄도 모르고 흥얼거리는 노래는 얼마나 많을까?
어떻게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시작하는 걸음과,
어디서 마치는 줄도 모르고 마치는 길은 얼마나 많을까?
헤아리기 힘든 누군가의 슬픔과 아픔을
거리의 풍경처럼 여기며 그냥 지나쳐 가는 경우는.
그가 누구라 할지라도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손풍금을 빙빙 돌리는 겨울 나그네 곁은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맞겠다.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노래처럼.
‘참으로 이상한 노인이여, 내가 당신과 함께 가드릴까요?
나의 노래에 맞춰 손풍금을 켜주지 않을래요?’
_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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