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31)
나무를 심은 사람
금요심야기도회, 교우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울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둔다는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마침 필리핀 단기선교를 다녀온 뒤이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것보다도, 앙드레 말로가 20세기의 프랑스 작가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았다는 것보다도, 장 지오노라는 이름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한 작품만으로도 기억할 만한 이름이다 싶다.
장 지오노는 1895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워낙 집이 가난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17살 때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5년 동안 전쟁터에 나가 싸우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모두 ‘나무를 심은 사람’에 녹아 있다. 평소 지오노는 자신의 작품이 설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은 설교 이상의 의미를 전해준다.
영화를 본 뒤에 몇 가지 생각을 나눴다.
-제목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지만, 실제로 심은 것은 도토리다. 집을 그리라 하면 대개가 지붕부터 그리지만, 집은 터를 다지는 일부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씨앗부터 심어야 한다.
-아무 것이나 심으면 안 된다. 좋은 도토리를 골라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나무가 선다. 좋은 씨를 고르기 위해서는 나쁜 씨를 가려내야 한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말을 잊는다.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때로는 말로 씨앗을 대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내 땅 남의 땅을 가리지 않는다. 셈을 버린다. 황량한 땅, 버려진 땅이 있다면 그곳이 나무를 심을 곳이다.
-모래바람이 불던 황량한 땅을 계곡물이 흐르는 녹색의 숲으로 변하게 한 것은 씨앗을 심은 한 사람이다. 그는 누군가의 갈채를 기대하지 않았다. 씨를 심되 나머지를 잊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말했다. “주님은 내가 전에 없었던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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