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8)
길
창밖 동쪽으로 집 한 채를 새로 짓고 있다. 연립주택이지 싶은데 몇 층까지 올리는 것인지 제법 높이 솟아올라, 창 하나를 거반 다 가렸다. 창을 통해 내다볼 수 있었던 하늘이 조금 좁아지게 되었다.
저렇게 높은 건물이 서면 달라지는 것은 풍경만은 아닐 것이다. 바람의 길도 달라질 것이다. 바람에게 어디 정해진 길이 따로 있을까만, 이후로 바람은 자연스레 저 건물을 비켜 지나갈 것이다.
새들의 길도 달라질 것이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날아나던 공간을 이제부터는 조심해서 날아야 한다. 익숙한 대로 날다간 벽에 부딪치고 말 일, 더 높이 비상하여 지나든 옆으로 돌아가든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가 당연한 듯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누군가는 그 일로 인하여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내가 정한 길로 인하여 누군가가 그의 길을 바꿔야 한다면, 그것은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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