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0)
다시 한 번 당신의 손을 얹어 주십시오
며칠간 기도주간을 보내고 돌아와 갖는 새벽기도회, 오랜만에 나누는 말씀이 새롭다. 마가복음서의 순서를 따라 주어진 본문이 8장 22~26절, 벳세다에서 한 눈먼 사람을 고쳐주시는 이야기였다. 두어 가지 생각을 나눴다.
사람들이 눈먼 사람 하나를 데리고 왔을 때, 예수님은 그의 손을 붙드시고 마을 바깥으로 따로 데리고 나가신다. 동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고치면 소문이야 금방 멀리 퍼지겠지만, 예수님은 소문을 위해 오신 분이 아니었다.
그를 따로 만나신 것은 그에게 눈을 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을 고치신 후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실 때도 마찬가지다. “마을에는 들어가지 말라.” 하신다. 집집마다 들러 소문을 내라 하지 않으신다. 사실 집으로 돌려보내며 마을로는 가지 말라 하시는 것은 모순된 말로 들린다. 집으로 가되 마을에는 들어가지 말라니 말이다. 이제 새로운 존재가 되었으니 옛 존재로 돌아가지 말라는, 옛 시간이나 습관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뜻 아니었을까? 눈을 뜨는 것보다 중요했던 것은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손을 얹으신 후 무엇이 보이느냐 묻자 눈먼 이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가 아니라 도중에 시력을 잃은 것 같다. 대답을 들은 예수님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하신다. 다시 한 번 손을 얹으신다. 그제야 그는 모든 것을 밝히, 똑똑히 보게 된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이는 것은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물처럼 보이는 것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일 뿐 밝히 보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다시 한 번 주님의 손길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주님의 손을 얹어 주십시오.”
사람을 사물처럼 바라보는 세상, 마치는 기도를 드리는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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