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by 한종호 2019. 4. 24.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14)

너무 크게 대답하는 것은

 

다육이가 심겨진 화분을 사며 주인에게 물어 들었던 말, 다육이가 아우성을 치면 그 때 물을 주라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화장실에 드나들 때마다 창가 쪽에 놓인 다육이가 언제 아우성을 치는지를 살피고는 한다. 내 눈과 귀가 둔감하여 식물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창가에는 작은 다육이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왠지 약간 시들해 보였다. 시무룩해 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꽃가게에서 들었던 대로 화분 받침대에 물을 담아 그 위에 화분을 올려 두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틀이 지난 뒤 보니 다육이가 불쑥 커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몸이 불은 것처럼 보였다. 필시 받침대에 있던 물을 흠뻑 빨아들인 결과라 여겨지는데, 그 모습이 영 어색했다. 생기를 되찾는 정도가 아니라 줄기가 온통 비대해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물을 너무 과하게 줘도 죽는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지켜보는 일밖에 없을 터, 포만의 상태를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비대해진 다육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너무 큰 대답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너무 과한 반응은 진실성의 결여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담긴 대답이나 반응은 굳이 자신을 과장하거나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은  (0) 2019.04.26
비둘기와 클래식  (0) 2019.04.25
어느 날의 기도  (0) 2019.04.22
책꽂이를 구입한 이유  (0) 2019.04.22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0) 2019.04.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