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7)

 

가지나방 애벌레

 

 

가지나방 애벌레는 나뭇가지를 흉내 낸다. 새들에게 잡혀 먹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작나무에 있는 가지나방 애벌레는 자작나무 가지처럼 몸의 빛깔을 바꾸고, 버드나무에 숨은 가지나방 애벌레는 버드나무 빛깔을 띤다. 사진을 찍은 것을 보면 가지나방 애벌레는 벌레가 아니라 영락없는 가지로 보인다. 심지어는 줄무늬를 그려 넣은 인공 나뭇가지에 올려놓자 가지나방 애벌레의 피부에는 인공 나뭇가지에 그려놓은 줄무늬가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지나방 애벌레의 눈을 가려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지나방 애벌레는 눈으로 빛깔을 감지하여 몸의 빛깔의 바꾸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빛을 감지해 주변 환경에 맞도록 자신의 피부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세상에, 피부로 빛을 감지하여 감지해 낸 빛깔에 자기 몸을 맞추는 벌레가 있다니.

가지나방 애벌레 이야기를 들으며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한 마리 벌레는 자신의 몸으로 주변의 색을 감지하여 자신의 몸을 일치시키는데, 오늘 우리 그렇게 오랫동안 예수를 믿었다 하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닮은 게 보이지 않는, 결국은 애벌레만도 못한, 우리의 한심한 한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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