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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

by 한종호 2019. 8. 28.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0)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

 

철원동지방 연합성회에 말씀을 나누러 왔다. 오는 길이 2년 전 DMZ를 홀로 걷던 길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머물고 있는 숙소 또한 그때 지나간 길에 서 있었다.

 

나흘간의 집회로 모이는데, 저녁에만 모인다. 정릉과 거리가 가깝다면 얼마든지 오가도 좋을 터이지만, 그럴만한 거리는 아니다 싶다.


선교부 총무에게 이야기를 하여 식사는 저녁에만 하기로 했다. 그래도 되는 일이라면 강사에게 신경을 덜 쓰게 하는 것이 담당자를 돕는 일이 될 때가 있다.

 

낮시간을 더없이 편하게 보낸다. 쉬기도 하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한다. 책을 두 권 챙겨왔는데, 그 중의 한 권이 <바이올린과 순교자>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밑줄 안 긋기가 어려운 책도 드물 것이다. 빨리 읽고 싶지 않은, 빨리 읽을 수가 없는 내용들이다. 마치 가문비나무가 자라는 속도로 읽어야 글의 속내를 따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제는 책을 읽다가 그 대목에 이르러 책을 덮었다.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믿음에 해가 되는 것은 의심이 아니라, 의심이 조금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바라는 욕심입니다.' '우리의 믿음에 하느님의 존재가 결여될 때, 의심은 거룩한 힘을 발휘합니다. 소중한 의식이 사랑 없는 틀에 박힌 의례가 될 때,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종교적 익숙함이 스며들 때, 과정을 통해 배우기를 중단하고 경직된 생각의 집 안에 둥지를 틀고 들어앉을 때, 믿는다고 말하면서 정작 하느님을 막아서고 그 결과를 종교라 부를 때, 의심은 거룩한 권위로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불안을 일으키는 의심이 없다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하느님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믿음이 실제로는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한 것인지를 이야기 한 뒤에 이어진 문장이었다.

 

「이럴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 하고 말합니다. 때로 의심은 하느님의 메신저가 되어, 비록 아프고 힘든 방식이지만, 우리에게 복이 됩니다. 그런 경우 하느님과의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입니다.」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는 말이 벼락처럼 다가왔다. 책을 덮고 길을 나선 것은 그 문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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