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8)
띳집과 나물국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는 책 <명심보감>에 눈이 간다. 책을 꺼내 전에 밑줄 친 곳을 읽다보니,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띳집도 안온하고, 성정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心安茅屋穩(심안모옥온)이요, 性定菜羹香(성정채갱향)이니라.
‘모옥’(茅屋)할 때의 ‘모’(茅)는 여러해살이풀을 말한다. ‘띳집’이란 띠라는 풀로 지붕을 이은 집으로, 누추(陋醜)한 거처(居處)를 말한다. 초라한 초가삼간에 누워도 마음이 편안하면 안온함을, 편안함과 따뜻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채갱’(菜羹)은 나물국을 말한다. 산해진미(山海珍味) 없이 집 주변의 나물을 뜯어 국을 끓여도 성정이 안정되면 그 국이 향기롭다는 뜻이다.
길지 않은 글을 한 자 한 자 읽으니 띳집에 든 것처럼, 쥐코밥상 나물국 앞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고 숨이 고르다. 시절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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