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7)
교황의 유머
“가만히 계세요. 깨물면 안 돼요.”
그 한 마디 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버럭 교황’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연말 자신의 손을 세게 잡아당긴 한 여성 신도에게 화를 냈고, 화를 낸 것을 사과하여 논란이 됐던 일로부터 말이다.
그런 일로부터 며칠 뒤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을 찾았다. 많은 신자가 몰렸는데, 맨 앞줄에 있던 수녀 한 명이 손을 뻗으며 “바초, 파파!”(키스해 주세요. 교황님) 외쳤다. “오, 나를 깨물려고요?”라고 묻는 교황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자 교황은 “당신에게 키스할 테니 그대로 있어야 해요. 깨물면 안 돼요.”라고 말하며 수녀의 오른쪽 뺨에 입술을 맞추고 얼굴을 쓰다듬어 줬다. 유머러스한 교황과 감격에 겨워 좋아하는 수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변 신도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바티칸 미디어·로이터연합뉴스
그런 교황을 보며 ‘불천노(不遷怒) 불이과(不貳過)’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떠올린 글을 읽고 빙긋 웃었다. 적절한 이해라 여겨졌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제가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하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안회가 학문을 좋아했습니다. 성냄을 옮기지 않고,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불행히도 단명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안회가 30대 초반 나이에 죽자 공자는 “天喪予(천상여) 天喪予(천상여)” 하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며 탄식을 한 것이었으니, 스승이 제자를 얼마나 아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불천노(不遷怒) 불이과(不貳過)’, 마음에 새겨둘 만한 말이다. 잘못이나 어색함을 덮고 지우는 것은 역시 따뜻한 유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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