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따스한 봄날에, 활짝 기지개 꽃을 피웁니다

신동숙의 글밭(98)

 

이 따스한 봄날에, 활짝 기지개 꽃을 피웁니다

 

요가 학원 탈의실에서 왠 아가씨 한 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퇴근을 한 직장인들이 다들 바쁘게 도착해서 요가 수련을 하는 저녁 타임입니다. 긴 단발 머리를 곱게 빗은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순한 인상입니다. 그런 아가씨가 저더러 인상이 좋다며 시간이 된다면 같이 밥을 먹고 싶다며 말을 걸어오는 것입니다. 20년 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옥탑방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식사 약속을 잡고는 주말에 성신여대 앞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었고, 차는 제가 사드리고 싶다며 찻집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아가씨는 차도 자기가 사고 싶었는데, 하면서 아쉬운 듯 미안해합니다. 참 맑고 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일을 한다고 하길래, 나이를 많이 보아야 서른 살 전후로 보여서 간호사신지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의사라고 합니다. 서울대병원 의사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자기의 방이 있다면서 소아과 과장이라고 본인 소개를 합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만 했다면서 조심조심 학교 얘기들도 들려줍니다.

 

그 당시에 저는 자연치유와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참 발칙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인데, 자연치유나 대체의학이나 한의학 쪽을 선택하지 않으시고요?", 과장님은 잠시 고요하더니,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까워서요." 라며 나직이 대답을 해옵니다. 예전에 김광석의 콘서트를 다녀온 얘기도 들려줍니다. 참 좋았는데, 그 후 얼마되지 않아서 언론에서 들려온 사고 소식으로 잠시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합니다. 콘서트에선 방청객들에게 그 다음 공연 약속까지 다짐하던 해맑은 모습이었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요가 수련이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참 읽고 있던 인디언과 티벳과 틱낫한 스님의 영성 서적들과 마음 에세이집, 소로우의 월든, 한의학, 자연 치유와 대체의학 등에 더욱 매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도까지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뭄바이부터 뿌네, 첸나이, 캘커타, 비하르, 바라나시, 델리, 리쉬케시, 북인도에 있는 달라이라마의 임시 정부인 다람살라까지 6개월 동안 인도 전역을 돌며 아쉬람과 대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큰 깨달음 중의 하나는 한국의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입니다. 호주의 어느 할아버지 표현처럼 한국은 어딜 가도 'blue, blue, blue',

 

인도는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입니다.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언제나 붐비는 곳입니다. 이란, 호주, 독일, 일본, 중국,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과 짧은 인사들을 나누었습니다. 그중 인상에 남는 사람 중에 요가의 본고장 리쉬케쉬의 한 아쉬람에서 수련 중이던 미국인 쌤이라는 친구였습니다. 자신이 미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식사를 하려고 앉은 친구들 앞에서 "I'm sorry."가 그의 첫인사였습니다.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미안해 하는 모습은 지금껏 제 마음을 낮아지게 합니다.

 

요가를 배울 수록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 더욱 하나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본 12동작과 응용 동작을 통해서 몸을 골고루 조화롭게 움직이고 쉬어 주면서 점점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 몸을 움직이는 범위는 대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의식과 마음을 사용하는 범위도 그대로 몸을 따라갑니다. 흔히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몸이 굳어서 앞으로 숙이는 동작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끙끙거리며 용을 쓰기 일쑤입니다. 그럴수록 몸은 더욱 경직될 뿐입니다. 무리하다간 근육을 다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오랜 수련을 통하지 않고서도 어쩌면 하루만에도 몸을 앞으로 숙여서 플립 핸드폰을 접는 모양과 같은 동작도 그 자리에서 될 수 있는 비결 또는 원리 같은 것을 스스로 깨우치기도 했습니다. 원리는 언제나 단순합니다. 진리가 단순한 것처럼요.

 

 

 

 

별걸 다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아사나 라고 하는 요가 동작을 수련할 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 바로 마음이 근본 원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마음이 몸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요가 동작과 인체의 질병과 관련해서도 공부를 하게 되면서 만병의 근원이 바로 스트레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잔뜩 움츠러든 스트레스로 인해서 인체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거나, 무너뜨리고 자연 치유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물론, 상식선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 가운데 쉽게 잊고 지내기도 하는 원리입니다.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편으로 요가에서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입니다. 기지개를 켜듯 꽃을 피우듯 온몸 구석구석 근육을 스트레칭 해주는 것만으로도 오장육부와 골수까지도 소생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그 느낌을 몸의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아~ 시원하다. 개운하다. 기분이 좋다." 한 마디로 피의 순환이 원활하게 구석구석 잘 돌아가는 상태입니다. 건강한 나라가 순환이 잘 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처럼요. 몸의 피돌기가 막힘없이 정직하고 맑게 순환하는 상태가 건강한 몸, 건강한 나라인 것입니다. 어딘가 막히고 흐려지고 탁해지고 정체가 되는 곳에 병의 싹이 움트는 원리입니다.

 

신종 플루가 한창 유행할 때에도, 어린 자녀와 식구들은 양약 즉 해열제나 소염제, 타미플루 등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열이 나면 곧바로 병원 진료와 검사를 받습니다.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와 약사로부터 전해 들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비타민과 물을 섭취합니다. 비타민과 물이 해열제와 소염제의 역할을 해줍니다. 비타민이 백혈구의 먹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물러나게 하는 백혈구를 튼튼하게 해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 수분 섭취, 신선한 공기, 채소와 과일 그리고 식사를 맛있게 챙겨 먹기, 그리고 웃음은 언제나 모든 질병을 맞이하는 최고의 명약입니다. 미국의 암전문의의 연구에선, 웃음이 암세포도 녹인다고 하니까요. 병원 치료와 양약은 물리적, 외과적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적절한 도움만을 받습니다. 저역시 고맙게도 병원 치료의 도움으로 여러차례 목숨까지도 건졌으니까요.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아직 몸소 겪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거쳐간 신종 플루처럼 똑같이 하면 되는지, 바이러스의 자연발생적 진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개입되었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현재로선 견지를 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기본 면역체계의 작동 원리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 깨끗한 공기, 충분한 물과 비타민, 영양 섭취와 즐거운 마음과 더불어 자가 면역력을 튼튼히 하는 방법입니다.

 

이 따스한 봄날에 잔뜩 움츠렸던 몸으로 봄꽃을 피우듯 활짝 기지개를 켰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올봄엔 미세먼지도 없습니다. 중국에 공장들이 가동을 쉬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낮에는 사방에 창문들을 활짝 활짝 열어서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켰습니다.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겨울 이불을 널어서 봄볕과 봄바람을 쐬어주었습니다. 침대 밑에까지 청소기를 깊숙히 넣어서 대청소를 했습니다. 손닿는 곳마다 먼지를 닦았습니다. 한동안 책상 위에 쌓아두었던 책들도 책장에 자리를 만들어서 가지런히 꽂아두었습니다. 집 안 구석구석 스트레칭을 하듯 봄날 대청소를 하며 그렇게 하루를 다 보냈습니다. 이 따스한 봄날에, 활짝 기지개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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