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29)
사랑은 흔들리는 것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목회를 하면서 잊지 않으려 하는 생각 중에는 그런 생각도 있다.
폐교를 앞둔 단강초등학교 아이들과 미국을 다녀오기로 한 것은 마지막 파티를 요란하게 갖기 위함이 아니었다. 외진 시골학교의 문을 닫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라 여겨졌다.
아무리 생각이 좋아도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처음 들은 아내가 당황하며 당신 숨겨둔 돈이 있느냐 물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 것도 없었다. 작은 시골교회 목사가 무슨 여유가 있었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만큼 준비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누가 봐도 무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이야기를 꺼내고 일을 진행했던 것은 바로 그 생각,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돈이야 빌려서라도 다녀오고 빚이 남으면 평생 갚아나가자,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했고,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학생 22명과 교사 4명과 나를 포함해 모두 27명이 열흘간 미국을 다녀왔다.
신기하게도 돈은 모자라지 않았다. 모든 경비를 감당하고도 오히려 700여만 원이 남아 장학금으로 전했다. 한 학생에게 받았던 돈은 비자를 내는 데까지 들었던 실비 35만원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을 비전교회를 돕기로 할 때, 그 일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한 말도 같은 말이었다. 한 마디 보탠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잖아요.”
여유가 있어 하는 일이 결코 아니어서 정릉교회도 빚을 지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보다 어려운 교회에 비해서는 빚을 갚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혈루증 걸린 여인이 몰래 옷자락을 붙잡았을 때, 예수님은 누군가 당신의 옷을 붙잡았음을 알아차리신다. 하나님의 아들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옷에 손을 댄 여인을 알아차리셨던 것은 그 순간 당신의 몸에서 능력이 빠져 나간 것을 몸으로 아셨기 때문이었다.
맞다, 사랑은 흔들리는 것이다. 기꺼이 흔들림을 경험한다.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손하다는 것 (0) | 2020.03.20 |
---|---|
어떤 경우에도 (0) | 2020.03.19 |
어려울 때 못하면 넉넉해도 못한다 (2) | 2020.03.17 |
“예배당이 보고 싶어서요.” (0) | 2020.03.16 |
생활의 예배화 (0) | 2020.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