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16)
강아지 분유 먹이기
시골 할아버지 집에 백순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백순이는 진돗개 어미입니다. 다섯을 낳았는데, 셋만 살아남았습니다. 아들은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용돈을 챙겨서 강 건너로 강아지 젖병을 사러간다며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서 쌩 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강아지 분유를 사야한다며 저 혼자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로 뭘 그리 열심히 보는가 싶었더니, 강아지 분유 타는 방법입니다.
토요일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아빠를 깨웁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른 가서 강아지 세 마리를 품에 안고서 분유 젖병을 입에 물려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때론 엄마의 밥 그릇에 있는 밥까지 푹 떠가는 식탐꾸러기 아들에게서 신기하게도 모성애를 봅니다.
생명은 그런 건가 봅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한테도 꼭 성씨를 붙이니까요. 김복순, 김탄. 강아지를 제 동생 쯤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선교원을 다닐 때면 늘 해마다 우정상을 받아오던 아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정이 참 돈독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에도 갈 수 없습니다. 학원도 쉽니다. 친구집에 놀러 가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잠까지 설쳐 가며 몇 날 며칠을 손꼽아 기다려온 토요일입니다. 강아지 세마리에게 강아지 젖병으로 강아지 분유를 먹이는 일. 차에 가면서 먹으라며 오렌지를 싸주려고 하니, 시간이 걸려서 안된다고 합니다. 평소에 그 좋아하는 오렌지도 마다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자고 나면 키가 크듯 보이지 않는 마음도 그렇게 자라고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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