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7)
깃털 하나의 무게
우연히 본 영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이나 배경음악으로 볼 때 남미 쪽 어떤 나라 아닐까 싶었다. 재능을 겨루는 방송에 출연한 한 여성은 정신을 집중한 채 깃털 하나를 막대기 위에 올려놓았다. 깃털 하나를 올려놓는데 저렇게 정신을 집중해야 하나 싶어, 조금은 어색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깃털을 올린 막대기를 다른 막대기가 받았다. 중심에 중심을 잡는 일이었는데, 그러기를 꽤 여러 번 반복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안 어떤 막대기도, 처음 막대기에 올린 깃털도 떨어뜨리지를 않았다. 가느다란 막대기 위로 계속해서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동작 하나하나가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게 다가왔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숨을 멎게 하는 행동이 오래 이어졌다. 준비한 막대기를 통해 중심잡기를 모두 마쳤을 때 만들어진 형상은 기이했다. 마치 거대한 고래의 갈비뼈를 떠올리게 했다.
아슬아슬한 손끝에서 빚어진 놀라운 광경, 복잡한 구조물이 서로를 의지한 채 중심을 잡고 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소리에 중심을 잃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견뎌냈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공연의 전부가 아니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여인은 생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맨 처음 막대기에 올려둔 깃털을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동작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깃털을 들어 올리는 순간 중심을 잡고 서 있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만 것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깃털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싶은데, 깃털 하나를 덜어내자 모든 것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지고 만 것이었다. 깃털 하나는 모든 것이 중심을 잡는데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다. 사소해 보이는 것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 곁을 찾아온 예수가 삶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 있다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사소한 것이 따로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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