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50)
바지랑대
투병 중인 장로님 내외분과 함께 봄바람을 쐴 겸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이래저래 바깥출입이 쉽지 않으셨을 터, 기분 전환을 위해 바람이나 쐬자며 나선 길이었다.
길은 조금 멀어도 강원도를 찾기로 했던 것은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식당 때문이었다. 이왕이면 그곳을 찾고 싶었다. 신림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한적한 곳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느낌을 한 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고향집 같았다. 실내 벽이 흙으로 마감이 되어 더없이 허술해 보였지만 그만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식당 안에는 장작을 때는 곳도 있어 몸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게 했는데, 모양이나 기능으로 보자면 아궁이와 벽난로와 고콜을 하나로 합한 것이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모양과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식당을 더욱 정감 있게 만들고 있는 것이 널찍한 마당이었다. 온갖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미선나무 하얀 꽃도 돌담 위에서 한창이었다. 항아리, 너와지붕, 툇마루, 연기가 솟는 굴뚝, 누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고향집 분위기였다.
그런 느낌을 더해 주었던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지랑대였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 한복판에 기다란 바지랑대가 세워져 있었다. 바지랑대를 세우면 빨랫줄도 쑥 하고 높아지지만 바지랑대를 내리면 빨랫줄도 낮아진다. 빨래를 널 때는 바지랑대를 내려서 널고, 다 넌 뒤에는 바지랑대를 고여 하늘 높이 빨래를 말렸다. 저녁에 빨래를 거둘 때면 다시 바지랑대를 내리면 일이 쉬웠다.
오랜만에 보는 바지랑대가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바지랑대를 보는 순간 젖은 빨래처럼 눅눅한 마음도 함께 내걸고 싶은 마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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