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79)
다친 손
지난 봄철 홍역으로 시작된 규성이의 병치레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쁜 일철, 논둑 밭둑에서 잠들어야 했던 어린 규성이가 막 홍역이 끝나자 이번엔 손을 덴 것입니다.
뜨거운 김이 하얗게 오르는 밥솥에 엉금엉금 기어가 손을 얹고 만 것입니다. 겨우 걸음마를 배워 밥솥 잡고 일어설 나이, 뜨겁다고 이내 손을 떼지 못한 것인데 그러느라 손을 제법 데고 말았습니다. 좋지도 못한 교통 사정, 규성이 엄마가 서너 달 혼났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병원을 다니며 다 나았다 싶었는데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다친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웅크리고 펴지지 않는 손, 손이 아물며 안으로 오그라든 것입니다.
처음엔 엉덩이 살을 떼어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는 등 엄두가 안 나는 이야기라 낙심천만이었는데, 다행히 한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로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두 살이 되어야 수술하기도 좋다 하여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누군 엄마 탓을 할지도 모릅니다. 농촌의 아낙만큼 바쁜 일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 맏며느리인데요.
넉넉한 웃음으로 견디는 규성이 엄마가 미덥지만, 안으로 후둑후둑 헐릴지도 모르는 마음 헤아리면 바라보는 내가 서글퍼집니다.
-<얘기마을> (1991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 쓰는 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0) | 2020.09.11 |
---|---|
기도하며 일하시라고 (0) | 2020.09.10 |
규성이 엄마 (0) | 2020.09.08 |
그리운 햇살 (0) | 2020.09.07 |
치악산 오르기 (0) | 2020.09.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