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31)
"빛으로 물들일꺼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제 가슴에 새겨진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세운 빌보트 싱글 차트 1위라는 이 영광스러운 소식을 더불어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한없이 생각난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배달민족('배달'은 '밝다'의 옛말)의 밝고 커다란 하나의 하늘인, '한'의 정신(얼)을 유유히 지켜온 선조들이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별처럼 찬란히 빛나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과 별이 되신 대한독립운동가들입니다. 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분들께 차 한 잔을 올리고 싶은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이 환한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특히 한민족이 가장 암울했던 시절인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오늘날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고마운 그분들은 가슴에 영원히 빛나고 있는 별빛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 동안 민족의 정신을 지키며 맑은 윗물이 되어주신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와 오늘날 지구별에서 밝은 빛의 다이너마이트가 된 방탄소년단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여 이 세상에 별과 빛이 되신 아름다운 영혼들에게도 두 손을 모아 고마운 마음을 올립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 음원을 유튜브에 올린지 삼칠일도 안되어 3억 명이 넘는 전세계인들이 영상을 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회수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이 영상 아래로 흘러나오는 건 한글 자막입니다. 쉬운 우리말로 적힌 한글 가사를 따라가다 보니, 외솔 최현배 선생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 문화의 터전". 언어학자들과 언어에 밝은 분들은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마음과 영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언어가 바로 한글이라고. 한글을 쓰는 우리들에겐 숙제가 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전부터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랫말을 따라서 익히려는 전세계에 걸쳐진 아미팬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아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숙제를 세상에 당당히 제출한 BTS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드리워져 있는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말이 태어난 오늘날의 이 지구별에서.
노랫말 작사부터 춤 안무와 음원 작업 전반에 직접 참여한다는 BTS의 맴버들은 새로운 문화의 창작자들이기에 더욱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은 제소리 즉 제 가슴과 제 생각의 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난 그 하나의 소리가 전세계인 모두의 가슴에서 한글로 공명이 되고 있는 놀라운 현실입니다. 독립운동가 차마리사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얘기하신,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다. 한국의 자연과 한글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승려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바램이 어둔 가슴에 빛나는 영롱한 별빛 같습니다. 한민족의 조상은 태양신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의 신 '환인'인 것입니다. 밝고 커다란 하나 곧 하늘인 '배달'은 '밝음'과 '하나'와 '한'으로 이어져, 이스라엘의 유일신 야훼를 '하느님', '천주님', '하나님'으로 부르기에 한글 성경과 믿음 있는 한국인들에겐 처음부터 주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이너마이트>의 처음 화면은, 파스텔톤의 노을이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제각각 의미심장한 표정과 몸짓을 짓고 있는 여섯 명이 한데 모여 있다가 흩어지며 화면에서 사라지자, 뒤에 보이지 않던 한 명이 나타납니다. 점점 얼굴이 가까워지는 한 명에게선 흰빛의 옷과 십자가 귀걸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총을 쏘는 듯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손가락 끝에선 전쟁의 총성이 아닌 평화의 밝은 빛이 발사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은 혼자만의 방입니다. 코로나 블루와 산업 노동자의 어둔 단면이 떠오르는 청자켓을 입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이 마시는 건 투명한 컵에 담긴 순수의 상징인 하얀 우유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전세계의 남녀노소 어느 누군들 무장해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순수한 우유의 흰빛은 청자켓 안에 입고 있는 언뜻 보이는 흰빛의 옷으로 눈길을 이어줍니다. 소품과 옷색깔에서도 엿볼 수 있는 그들이 걸었을 고민의 흔적들 앞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벌써부터 따스한 햇살 아래 앉아서 밀크티를 마시는 듯한 깨끗하고 밝은 기분이 드는 건 저만 그런가요?
이 노래의 주된 메시지이기도한 그들의 첫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늘밤 난 별들 속에 있으니
내 안의 불꽃들로 이 밤을 찬란히 밝히는 걸 지켜봐"
그들은 별들 속에 있지만, 그들의 처음 시작은 '내 안의 불꽃'인 것입니다. 모든 일과 꿈과 소망의 시작이 그러하듯, 그 처음 시작은 한 개인의 내면인 것입니다. 언제나 씨앗처럼 작고 약한 내 가슴의 한 점 불꽃, 하나의 마음, 한 생각인 것입니다. 불교에선 한 생각을 돌이키는 일의 무거움을 언제나 중요하게 다룹니다. 첫 가사에서 언뜻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보이기도 합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인데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가 겹쳐집니다. BTS의 가슴에도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별이 빛나고 있었던가요?
그 불꽃의 씨앗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사는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신고 우유 한 잔, 이제 시작해볼까" 신발을 신고 우유를 한 잔 마시고 혼자만의 골방에서 기다리는 건, "딩동, 전화 줘. 아이스티 한 잔과 탁구 한 판" 그리고 이어지는 배경은 아침입니다. 이른 아침 가게 문이 열리기 전, 레코드 가게와 버거 도넛 가게 안이 그들의 새로운 무대입니다. 그리고 내면의 빛은 다이아몬드가 됩니다. "난 다이아몬드 빛나는 거 알잖아 ", 버거와 도넛처럼 "펑크와 소울이 이 도시를 밝혀" 그리고 이어지는 무대는 경쾌함과 흥겨움으로 밝음이 빛을 뿜어댑니다. 보기만 해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춤을 추며 흥에 겨운지 블루의 청자켓을 벗어서 하늘로 던져 날려보냅니다. 그리고 흰빛 옷의 흥겨운 춤이 이어집니다. "친구도 불러 여기 모여봐. 오고 싶은 사람 누구든지." 그들의 메시지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누구든 친구가 되어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어우러짐은 그대로 빛의 사랑을 뜻합니다. 독립운동가 김원봉님의 "자유는 우리의 힘과 피로 얻어지는 것이오. 결코 남의 힘으로 얻어내는 것이 아니오."의 말씀이 이 순간에도 빛이 나는 건 여전히 오늘날에도 무기한 유통이 되는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이겠지요.
하늘로 날으는 비행기의 날개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새의 깃털처럼 그들의 가벼운 몸짓은 바람과 물처럼 흐르는 풍유, 화랑의 자유를 닮았습니다. 자유의 노래와 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들에게 세상은 "낮에도 밤에도 하늘은 눈부셔", '꿀처럼 달콤한 인생', '디스코 파티', '부티 나는 비트'. 계속해서 그들이 뿜어내는 한결같은 메시지는 환한 빛이 되어서 구석구석 우리의 가슴을 물들입니다. 그 빛은 어둔 가슴을 환하게 밝히는 자유와 평등과 평화와 사랑의 빛입니다. "환하게 불을 밝힐거야", 하늘처럼 투명한 프리즘이 된 그들 내면을 통과한 흰빛은 무지개 빛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춥니다.
맨 처음 노을을 배경으로 서 있던 흰옷을 입은 한 명이 손가락 총으로 쏜 씨앗 같은 흰빛은 나아가 땅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일곱 명, 일곱 빛깔의 무지개 빛으로 찬란한 빛의 기둥이 됩니다. 순수하고 밝은 하나의 커다란 밝은 빛은 세상으로 향하며, "빛으로 물들일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온 도시를 물들일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밝고 자유로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그들이 전하는 다이너마이트는 더 이상 전쟁과 파괴가 아닌 평화와 사랑의 생명의 밝은 빛입니다. 만해 한용운님의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에서처럼 그들의 다이너마이트는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빛이 되어서 오늘날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밝고 진실되고 선한 흐름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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