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32)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언젠가부터 스쳐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잠이 깨려는 순간
눈도 채 뜨지 못한
비몽사몽 간에
새벽녘이나 아침 나절에
잠들 무렵이면
낮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
해결되지 못한 일
후회스러운 일
아쉬운 일
잘못한 일
그리운 일
다 기억나지 않는 꿈 속의 일이지만
밤새 내 몸은 웅크린 채
지나온 하루를 품는다
그렇게 내 안의 나는
지나온 하루를 알처럼 품고서
잠 속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꿈 속에서 게워내고 게워내고
해가 뜰 무렵이면
가장 커다란 한 알로 오롯히 영글어
잠시 스치듯 감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
얼굴이기도 하고
장면이기도 하고
빈 가슴에 태양처럼 떠 안겨 주고는
돌아온 새날을 또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용서 해 주세요
살려주세요
함께 해 주세요
나는 매일 아침
눈도 뜨지 못한 채
간절한 짧은 기도로 하루를 열고
눈을 뜨고 본 세상은
온통 밝고 새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온통 감사한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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