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71)
만병통치약
풀 타 죽는 약을 뿌렸는데도 풀이 잘 안 죽었다고 남철 씨는 묻지도 않은 마당 풀에 대해 변명을 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일 마치고 돌아온 광철 씨 동생 남철 씨를 언덕배기 그의 집에서 만났다.
“요새는 이 약 먹는데....”
남철 씨는 호주머니에서 웬 약을 꺼냈다. 알약들이 두 줄로 나란히 박혀 있었다. 보니 게보린이었다.
“이가 아파요?” 물었더니 “아니요. 농약 치고 나면 어질어질 해서요. 잠 안 올 때도 이 약 먹으면 잠이 잘 와요. 히히히.” 이야기를 마치며 남철 씨는 버릇처럼 든 웃음을 웃었다.
이집 저집, 이 동네 저 동네 품 팔러 다니는 남철 씨. 그때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비상약처럼 들어 있는 게보린 알약.
농약치고 어질하면 알약 하나 꺼내 먹고, 끙끙 잠 안 오면 또 하나 꺼내 먹고.... 어지럼증과 불면의 밤을 다스릴 것은 결코 몇 개 알약이 아닐 텐데, 남철 씬 만병통치약인 양 알약을 먹는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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