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91)
공생의 탁밧(탁발)
그림: 루앙프라방의 <탁밧>, 황간역의 강병규 화가
루앙프라방의 새벽 시장을 여는 탁밧 행렬
찰밥, 찐밥, 과자, 사탕을 조금씩 덜어내는 손길들
가진 손이 더 낮은 자리에 앉아서
무심히 지나는 승려들의 빈 그릇에 올리는 공양
승려들의 빈 그릇이 가득 채워지는
행렬의 맨 끝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모여 있다
혼자 먹을 만큼만 남기고 비우는 발우
고여서 썩을 틈 없는 일용할 양식
아무리 가난해도 구걸하는 자 없고
아무리 부유해도 베푸는 자 없는
나눔과 공생의 땅에서
착한 이들이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라오스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교회
그러고 보니 나눔과 공생의 탁밧을
한국의 사찰과 교회당에서도 본 적이 있다
아침밥을 굶던 참선방에서
내 무릎 앞에 떡을 놓아 주시던 보살님
저녁밥을 굶던 피정의 집에서
아침에 누룽지탕을 끓여 주시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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