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80)
죽은 소
미영이네 소가 며칠 전 죽었습니다. 소 끌러 저녁에 가 보니 소가 언덕 아래로 굴러 네 다리를 하늘로 쳐들고 죽어 있었습니다. 배가 빵빵한 채였습니다. 소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눕는데 잘못 왼쪽으로 쓰러지면 혼자 힘으로 못 일어나고 그러다 보면 10분도 못돼 숨이 멎는다고 합니다.
죽기 며칠 전 새끼 송아지를 낳은 어미 소가 거짓말처럼 죽어 자빠졌으니 미영이네가 겪은 황당함이란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죽은 소는 송아지 값도 안 되는 헐값에 고기로 팔렸고, 젖먹이 송아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우유를 잘 먹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참 슬프고 속상한 얘기를 안 그런 척 합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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