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77)
뻥튀기 공장
신작로께 마을 입구에 있던 단무지 창고가 과자 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단무지를 절이던 창고가 과자 공장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과자 공장을 운영하던 이가 단무지 창고를 사 이사를 온 것입니다.
공장이래야 거창한 것이 아닌 뻥튀기를 튀기는 일이지만 나란히 줄맞춰 놓은 기계가 자동으로 돌아가고, 튀긴 뻥튀기는 또 기계를 따라 봉지에 담는 곳까지 자동으로 운반되니, 공장은 분명 공장입니다. ‘뻥!’ 하는 뻥튀기 소리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간식 삼아 싼 값에 뻥튀기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장 앞에 켜놓은 불이 마을로 들어서는 어둔 길을 비춰줘 밤마다 전에 없던 불빛이 고맙기도 하지만, 과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며 그 중 반가웠던 건 마을에 사람이 늘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입니다. 늘 빠져나가기만 하던 동네였는데 이번엔 거꾸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운영하는 이와 일하는 이, 두 가정인데 모두 젊은 부부들입니다.
또 한 가지 반가움은 두 가정 모두 믿는 가정이라는 점입니다. 정근 씨는 서울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집사 직분까지 받았다 했습니다. 단강에 교회가 세워진 이래로 누군가가 이사 와서 교인이 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얼마나 새삼스러운 일인지요. 떠밀리기만 하던 한 흐름에 버팀목을 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그 일로 마음 한구석 자리하는 든든함도 적지가 않습니다.
‘뻥!’ 소리와 함께 하얗게 피어올라 동네로 퍼져오는 구수한 냄새처럼, 새로 이사 온 서먹함을 이내 지우고 구수한 정 함께 나누는 따뜻한 이웃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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