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봄(11) by 한종호 2021. 3. 28. 아랫작실 양짓말 세월을 잊고 선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이씨 문중 낡은 사당이 있고 사당으로 들어서는 왼쪽 편 살던 사람 떠나 쉽게 허물어진 마당 공터에 비닐하우스가 섰다. 하우스 안에선 고추 모들이 자란다. 사진/김승범 막대 끝에 매단 둥근 바구니를 터뜨리려 오자미 던져대는 운동회날 아이들처럼 고만 고만한 고추 모들이 아우성을 친다. 저녁녘 병철 씨가 비닐을 덮는다. 아직은 쌀쌀한 밤기운 행여 밤새 고추 모가 얼까 한 켜 비닐을 덮고 그 위에 보온 덮개를 덮고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다시 한 번 널따란 보온 덮개를 덮는다. 이불 차 던지고 자는 어린자식 꼭 꼭 덮어주는 아비 손길처럼 고추모를 덮고 덮는 병철 씨 나무 등걸처럼 거친 병철 씨 손이 문득 따뜻하다. 고추 모들은 또 한 밤을 잘 잘 것이다. 봄이다. -<얘기마을> (1996년)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꽃자리 저작자표시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13) (0) 2021.03.30 봄(12) (0) 2021.03.29 봄(10) (0) 2021.03.27 봄(9) (0) 2021.03.26 봄(8) (0) 2021.03.25 관련글 봄(13) 봄(12) 봄(10) 봄(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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