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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흐린 날의 日記

by 한종호 2021. 5. 27.

      
          
우스운 일이다
피하듯 하늘을 외면했다
무심코 나선 거리 
매운바람 핑곌 삼아 고갤 떨궜다
구석구석 파고들어 
살갗 하나하나를 파랗게 일으켜 세우는 무서운 추위 
그 사일 헤집는 매운바람
잔뜩 움츠러들어 멋대로 헝클어져 
그게 바람 탓이려니 했다
가슴속 어두움도 잿빛 하늘 탓이려니 했다
우리 거짓의 두께는 얼마만한 것인지 
우린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 건지
걷고 걸어도 벗어날 수 없는 거리 
쉬운 祝祭
네가 보고 싶어
이처럼 흔들릴수록 네가 보고 싶어
뭐라 이름 하지 않아도 분명한 이름 
구체적인 흔들림과 장식 없는 쓰러짐 
그 선명한 軌跡
목 아래 낀 때를 네게 보이며 
난 네 吐瀉物이 보고 싶은 거야
바람 탓이 아니다
추위 탓이 아니다
잔뜩 움츠러들어 멋대로 헝클어져 
어둠속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우리들은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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