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언제 가르치셨을까, 여기 저기 바쁘실 하나님이

by 한종호 2021. 6. 14.



언제 만드셨을까. 아가의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별빛 모아 담으셨나, 무엇으로 두 눈 저리 반짝이게 하셨을까. 


까만 눈동자 주위엔 푸른 은하수. 언제 저리도 정갈히 심으셨나, 눈 다치지 않게 속눈썹을. 어디를 어떻게 다르게 하여 엄마 아빨 닮게 하셨을까.

 

어디를 조금씩 다르게 하여 다른 아이와 다르게 하셨을까. 물집 잡힌 듯 살굿빛 뽀얀 입술. 하품할 때 입안으로 보이는 여린 실핏줄.  


손가락 열, 발가락 열. 그리곤 손톱도, 우렁이 뚜껑 닮은 발톱도 열. 열 번도 더 헤아려 크기와 수 틀리지 않게 하시고.


언제 가르치셨을까. 엄마 젖 먹는 것과 배고플 때 우는 것. 쉬하고 응가 하는 것. 하품과 웃음. 밤에 오래 잠자는 것. 혼자 있기보단 같이 있기 좋아하는 것.

 

찬찬히 엄마 얼굴 익히는 것. 햇빛에 나서면 눈감는 것. 노래 좋아하는 것.

 

언제, 모두 언제 가르치셨을까. 몇 번을 가르쳤기에 어린 아기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일까. 여기 저기 바쁘실 하나님이.  

-<얘기마을> 1988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 흔드는 아이들  (0) 2021.06.19
  (0) 2021.06.17
조용한 마을  (0) 2021.06.12
첫 돌  (0) 2021.06.11
꼬리잡기  (0) 2021.06.10

댓글